슬픔의 유통기한
우리 슬롯는 언제부턴가 눈물에 지독하리만치 인색해졌다. 슬픈 일이 생기면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위로를 건넨다.
“좋은 생각만 해”
“시간이 해결해 줄 거야”
“이제 그만 훌훌 털어버려.”
배려처럼 들리는 이 말의 이면에는 묘한 압박이 숨어 있다. 슬픔이라는 감정에는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으니, 기한이 지나기 전에 서둘러 정해진 삶으로 복귀하라는 무언의 독촉이다.
우리는 그 요구에 맞추어 눈물을 훔치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는다. 슬픔을 미성숙함이나 나약함으로 취급해 버리는 느낌이다.
옛 일터에서는 슬픔을 느낄 만한 틈이 전혀 없었다. 사적인 상실이나 무력감은 사무실 문 앞에 내려둬야 하는 짐이었다. 감정에 휘둘려 계산 착오를 내는 일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란 생각이 오랫동안 나를 지배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인간'이란 소리를 들은 적도 있다. 슬픔이 차오를 때 나는 그것을 마음의 깊은 금고 속에 가두었다. 이성적이고 단단한 척하며 슬픔의 유통기한을 강제로 단축시켰다. 서둘러 끝내버린 슬픔들이 안쪽에서 어떻게 곪아가고 있는지는 알지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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