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말도 하지 않을 때, 누구를 마주하게 될까?

침묵의 무게

by아마토르

소음이 사라진 아지트는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


환기하겠다며 열어둔 창문을 닫고, 스마트폰까지 뒤집어 놓은 채 앉아 있으면 이상하리만치 귓가가 선명해진다. 멀리서 들리던 엘리베이터 소리도, 복도를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끊기고 나면 남는 건 정적뿐이다.


누군가는 고요를 견디지 못한다. 음악을 틀고, 의미 없는 영상을 재생하며 침묵의 틈을 급히 메운다. 침묵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들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나 역시 오래도록 내 안의 소음을 지우는 데만 몰두하며 살아왔다. 침묵은 신중함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완벽히 계산이 끝나기 전까지 절대 들켜서는 안 되는 방어막에 가까웠다.


누군가 질문을 던지면 틀린 말을 하지 않으려고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고, 대화 사이 공백이 생기면 불안을 감추기 위해 얼른 분위기에 맞는 말을 찾아냈다. 생각을 멈추면 뭔가 무너질 것 같아서 끊임없이 머릿속을 소음으로 채우며 살아온 셈이다. 그렇게 하면 삶이 안전하게 굴러가는 줄 알았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아마토르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존재의 가치를 탐구하는 라이프 코치. 마음챙김, 자기이해, 가치 중심의 삶을 주제로 글을 쓰고 코칭하며,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다시 연결되도록 돕고 있다.

16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4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7화내가 삼킨 '아니요'는 어디에 쌓여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