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안 쓰는데, AI는 나를 쓴다?

쓰지 않는 사람에게도 AI가 영향을 미치는 시대

byItz토퍼

“AI에 관한 글을 왜 그렇게 많이 쓰세요?”

“지금 쓰지 않으면, 어쩌면 영원히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요.”

ec81985e-6653-4c87-99cd-d7565668f30e.pngby ChatGPT

“나는 AI를 사용할 일이 없는 사람이야. 내가 무슨 창작자도 아니고, 그쪽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더구나 개발자도 아니거든. 별 관심 없어.”


글쎄? 종일토록 공원에서 장기판이나 쬐려 보는 노인이 아니라면야, 과연 그런 사람이 있을까?


스마트폰을 들고 유튜브에 빠져 개굴창에 빠지는 일은 있어도, 정작 그 스마트폰을 열어 궁금한 것 하나 검색해 볼 줄 모르는 사람이나 할 법한 이야기 아닐까.


일단 AI가 우리 삶에 스며드는 범위 자체가 예전의 기술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병원에서는 진단을 돕고, 기업에서는 이력서를 걸러내며, 금융기관에서는 대출 심사에 관여하고, 학교에서는 학생 평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특정 업계 하나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 동시에 밀고 들어오는 존재인 것이다.


그것도 우리가 산업화나 인터넷 시대에 겪었던 변화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그러다 보니 “나는 AI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는 안전지대가 사실상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따로 있다. 정작 나는 AI를 써본 적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내 삶의 수많은 결정들 가운데 AI가 수고한 알고리즘이 개입하고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지금 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부터 그렇다.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영상을 추천받고, 어떤 광고를 보게 될지부터 알고리즘이 관여한다.


지도 앱은 갈 길을 골라주고, 쇼핑몰은 내가 살 만한 물건을 먼저 보여주며, 음악 앱은 취향에 맞는 노래를 알아서 찾아준다.


우리는 그것을 그저 ‘편리한 기능’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편리함 뒤에는 내가 무엇을 검색하고, 무엇을 클릭하고, 어디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를 바탕으로 한 수많은 판단이 있다.


심지어 내가 AI를 직접 사용하지 않는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스팸 메일을 걸러내고, 사진을 분류하고, 금융거래의 이상 징후를 찾아내고, 채용이나 대출 같은 중요한 과정에도 알고리즘이 관여한다.


내 카드 한도가 왜 그렇게 정해졌는지, 내가 본 적도 없는 게시물이 왜 계속 눈앞에 나타나는지, 지원한 회사에서 왜 서류가 탈락했는지조차 우리는 정확히 알기 어렵다.


사람들이 상상하는 것처럼 AI는 꼭 로봇의 모습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때로는 검색 결과 하나, 추천 영상 하나, 결제 한도 하나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것은 AI를 사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AI가 이미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의 일상과 선택에 관여하고 있다. 더 나아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데이터로 축적되어 AI의 판단과 학습에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무관심할수록 이해도는 낮아진다.

그리고 이해도가 낮으면 낮을수록, 이런 변화 앞에서 더 무방비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이 바로 규칙이 만들어지고 있는 시기라는 사실이다.


AI를 둘러싼 법과 윤리 기준, 슬롯적 합의는 아직 완전히 굳어지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느냐, 아니냐에 따라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우리가 살아갈 슬롯의 규범과 질서가 달라질 수도 있다.


세상에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변화란 없다.

천재지변조차 그전에 여러 징조를 남긴다.


하물며 AI 기술의 발전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나중에 판이 다 짜인 다음에야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라고 말해봤자, 이미 버스는 떠났다.


생각해 보면 세대마다 분야마다, AI에 걸려 넘어지는 지점도 조금씩 다르다.


청소년들은 AI가 만들어내는 정보 환경 속에서 가치관 자체를 형성해가고 있고, 가정에서 가사와 돌봄에 집중해 온 사람들은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뒤늦게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정해진 틀 안에서 살아온 사람들 역시 새로운 정보 환경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은 디지털 사기나 정보 격차에 더욱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그리고 창작자라고 예외일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들 역시 AI가 자신의 창작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오히려 지금까지 자신의 능력과 경험으로 생계를 이어온 사람일수록 AI가 가져올 변화가 더욱 직접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AI를 직접 사용하느냐가 아니다.


AI가 이미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나는 AI와 상관없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일까?




[이전 글] 재미있게 살고 있나요?

[다음 글] 그래도, 인간은 창작한다 [2부] - AI와의 협업이란?






이전 06화재미있게 살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