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지나간 자리에 오래도록 감도는 고유의 잔향
※ 실라주(sillage)는 향수를 뿌린 사람이 지나간 뒤 남는 향의 흔적이다.
그리 멀지 않은 출퇴근 길.
시간이 나의 일상을 결정하는 중심에 놓이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도심에서 학교까지 연결되는 순환도로가 개통되기 전이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두세 번을 환승해야 했고, 직접 운전을 해서 가려해도 직선으로 이어지는 마땅한 길이 없어 한참을 돌아가야 했다. 거리는 배 이상 늘어났고, 출퇴근 시간이면 도로 위에 갇히기 일쑤.
몇 번을 시도해 보았지만, 출근길에만 한 시간 반이 넘는 시간을 허비하는 날이 다반사였다.
고민 끝에 남은 답은 하나, 자전거였다.
어차피 로드바이크로 어디든 얼마든지 달려가니까.
며칠을 그렇게 오가 보니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막힐 일도 없었고, 신호에 발이 묶이는 일도 적었다. 무엇보다 덤으로 운동까지 되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로드바이크 출퇴근이 시작되었다.
아직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새벽, 쫄쫄이 바이크복을 입고 백팩을 멘 채 페달에 발을 올린다. 노이즈 캔슬링이 꺼진 이어폰에서는 흥겨운 보사노바 재즈가 흘러나오고, 나는 살갗을 스치는 생생한 공기 속으로 페달을 밟고 나간다.
비가 오든 바람이 불든, 그렇게 시작된 라이딩은 어느새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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