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가 있던 자리에 쉼표를 찍다

안전한 요새를 벗어나 진정한 나를 만나는 일

byItz토퍼

■ 온라인카지노북 『마음의 문장부호, 쉼표』 전·후편에 대한 후기입니다.

06화 마음의 문장부호, 쉼표

07화 마음의 문장부호, 쉼표



by ChatGPT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을 꽤 잘 안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슬롯생활을 시작한 뒤에야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더욱 선명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MBTI 검사에서는 늘 I가 나왔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모임보다 바카라 한 권과 마주하는 시간이 더 편안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적지 않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다.


그렇게 쌓인 경험들은 그녀를 자연스럽게 하나의 결론으로 이끌었다.


“나는 소심한 게 아니야. 내향적인 사람일 뿐이야. 이렇게 깔끔하고 명쾌하게 설명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


그 결론은 그녀에게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되어주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결론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그 결론에 기대어 살아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계기는 사소했다. 어느 날 친한 친구의 강권에 못 이겨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독서 모임에 나갔다. 가기 싫었다. 지하철 안에서 세 번쯤 돌아가려 했다. 열차가 역에 멈출 때마다 내려서 반대편 플랫폼으로 건너가고 싶은 강렬한 유혹과 싸웠다.


'그냥 몸이 안 좋다고 할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고 문자 보낼까?' 수많은 핑계가 머릿속에서 꼬리를 물며 전쟁을 치렀다. 그런데 막상 모임이 시작되고, 누군가 그녀가 좋아하는 바카라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그녀 속의 무언가가 깨어났다.


누군가 내 의견을 '틀렸다'라고 지적할지도 모른다는 오랜 두려움이 순간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다. 하지만 바카라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그 묵직한 공포의 벽을 아주 미세하게 긁어내 틈을 만들었다. 그 작은 틈 사이로 말이 흘러나왔다. 그것도 꽤 많이, 평소와는 완전 다르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녀는 묘한 기분이었다. 조금 피곤하면서도, 무언가 충전된 느낌. 마치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근육을 처음 움직인 것 같은, 뻐근하지만 살아있다는 감각. 이게 뭐지? 그녀는 분명 내향적인 사람이었는데.


“뭐가 잘못된 건가? 아니면, 나도?”


그때부터 그녀는 조금씩 자신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처음엔 아주 소심하게. 카페에서 점원에게 먼저 날씨 얘기를 건네보거나, 회의에서 가장 먼저 발언을 해보거나,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먼저 메시지를 보내보거나.


매번 실행 직전에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누군가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을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몸속에서 울리는 작은 북소리는 일종의 경고음이었다. '위험하니까 그냥 예전처럼 조용히 숨어 있어.' 하지만 그녀는 이번만큼은 그 경고를 모른 척 지나쳐보기로 했다. 마른침을 삼키고, 두려움의 한가운데로 자신을 기어이 밀어 넣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생각보다 훨씬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낯선 사람과 예상치 못하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날 밤, 그녀는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괜히 콧노래가 나올 것 같았다. 황급히 버스에서 내려 한 정거장을 걷기로 했는데 정말 노래가 흥얼거려질 정도로 왠지 기분이 좋았다.


비록 손바닥엔 땀이 잔뜩 흘렀지만 자신의 의견을 또렷하게 말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돌아오는 고개 끄덕임들이 나쁘지 않았다. 조용히 듣는 것만이 자신의 방식이라고 믿었는데, 말하는 것도 나름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마치 한겨울날 시동이 걸리지 않는 오토바이를 발로 한참을 굴렸을 때, 어느 순간 부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린 느낌. 첫마디는 ‘파르르’ 떨렸다. 목소리의 끝 음은 갈 곳을 잃고 자꾸만 흐려졌다. 두 번째 마디 역시 ‘띄엄띄엄’, 단어와 단어 사이에 가쁜 숨이 가로막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발을 계속 굴려 가자, 어느 순간 제대로 엔진이 돌아가는 것처럼 준비한 발언들이 스르르 풀려나왔다.


그러면서 그녀는 깨달았다. 자신이 내향적이라고 믿었던 것들, 모든 게 아니었다. 그중 일부는 사실 내향성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말을 아꼈던 건 혼자가 편해서이기도 했지만, 틀릴까 봐서이기도 했다. 모임을 피했던 건 사람이 피곤해서이기도 했지만, 잘 어울리지 못할까 봐서이기도 했다. 상처받고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 스스로를 '내향인'이라는 안전하고 거대한 요새 속에 가두었던 것이다.


그동안 그녀는 관계의 모든 문에 쉼표 대신 마침표를 너무 일찍 찍어버렸다. 더 이상 다치지 않기 위해 빗장을 걸어 잠그고는, 그것을 원래 타고난 정체성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치 지도 한 장만 보고 도시 전체를 안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그건 순전히 자신에 대한 잘못된 생각과 판단으로 이어지고 말았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그녀는 여전히 내향적이다. 긴 모임이 끝나면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고, 깊은 대화 한 번이 얕은 대화 열 번보다 훨씬 좋다. 그 부분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안다. 자신의 내면에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어떤 조건 아래서는 적절한 주제, 조금의 용기, 안전하다는 느낌만 있으면, 불쑥 일어나 말을 쏟아내는 사람도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모르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고 했던가. 그 말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인 줄만 알았는데,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녀를 가장 오래 관찰해 온 사람이 그녀 자신인데, 그녀는 아직도 자신을 다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 당황스럽지만, 동시에 솔직히 꽤 흥미로워질 것 같다. 앞으로의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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