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가 아닌, 잠시 머무는 마음 연습 - 후편
[후편] 관찰의 힘과 쉼표가 주는 선물
지난 글에서 우리는 감정과 나를 동일시하는 '융합'의 상태를 지나, 나를 넓은 하늘로 바라보는 '탈융합'의 첫걸음을 떼었다.
내가 곧 구름이 아니라 구름이 지나가는 통로임을 인정하는 순간, 마음에는 작은 틈이 생겨난다. 이제 그 틈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고 지켜낼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변화들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자.
정의하는 마음과 관찰하는 마음
우울감이 깊어질 때, 우리에게 계속해서 같은 목소리로 속삭인다.
"너는 실패자야", "너는 가망이 없어", "너는 누구와도 연결될 수 없어", “난 이제 혼자야” 이런 목소리들은 자꾸만 우리를 '정의'하려고 한다. 내가 누구라고.
정의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것의 본질을 고정하고, 그것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일이다. 만약 우리가 자신을 '실패자'로 정의한다면, 우리의 뇌는 그 정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만 세상을 필터링하기 시작한다. 성공한 경험도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어차피 난 실패자야"라고 거부하고, 작은 좌절도 "봤지, 난 역시 실패자야"라고 확대해석한다.
정의는 이렇게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우리가 그 감옥의 문을 직접 열고 들어가 스스로 잠근다는 사실.
그러나 '관찰'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다. 관찰은 정의하지 않는다. 관찰은 그저 '보기'만 하면 되니까.
"아, 내 마음에 지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네", "아, 내 생각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들리는군". 이런 식으로 말이다. 관찰 속에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지 않다. 거기에는 ‘~는 나쁘다’라는 평가도 없다. 단지 '그것이 있다'는 인정만 있을 뿐.
마음이라는 강물 위의 나뭇잎
강물을 생각해 보자. 강물은 계속 흐른다. 여름에 물이 불어날 때도 있고, 겨울에 얼어붙을 때도 있으며, 많은 쓰레기와 나뭇잎들이 함께 떠내려간다.
만약 당신이 강물을 관찰한다면, 당신은 단지 그것을 보고 있을 뿐이다.
"물이 흐르고 있네", "나뭇잎이 떠내려가네", "물 색이 갈색이네". 이런 식으로 눈앞의 강을 인정할 뿐. 당신은 강물을 "나쁘다"라고 정의하거나 "이 강물은 영원히 이럴 거야"라고 정의하거나 미래까지 예측하지는 않는다.
우리의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과 힘든 감정들도 마찬가지. 그것들은 우리 마음이라는 강물을 떠다니는 나뭇잎과 같다.
"내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떠내려가고, "나는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떠내려가고, "나는 혼자다"는 외로움이 떠내려간다. 그렇게 떠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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