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문장부호, 쉼표

마침표가 아닌, 잠시 머무는 마음 연습 - 전편

byItz토퍼
PIC_20140618_184546_49C.jpgⓒ 2015 Itz토퍼 Photography



[전편] 나를 가두는 마침표로부터의 탈출



봄이 다가오니 변덕스러운 날씨의 만행(?)이 시작되었다. 아침에는 아직 쌀쌀해 겉옷을 단단히 챙겨 입어야 하는데, 한낮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여름처럼 더워지다니. 그뿐이 아니다. 가끔은 예고도 없이 비가 내리기도 한다.


어린 시절, 나는 비 오는 날을 유독 싫어했다. 바짓가랑이가 축축해지는 그 느낌이 너무 싫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이면 어떻게든 학교에 가지 않으려 엄살을 피우다가, 결국 한바탕 혼이 나고서야 마지못해 집을 나서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우스운 일이다. 그저 옷이 젖었을 뿐인데, 마치 내가 온통 젖어버린 것처럼 느꼈으니까. 나는 그대로인데, 잠시 스쳐 지나가는 ‘축축한 상태’가 나 자신인 것처럼 여겼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도 비슷한 착각 속에 살고 있는지도.




나를 가두는 마침표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떤 ‘축축한’ 순간을 경험한다. 그것이 깊은 슬픔이든, 압도적인 무력감이든, 또는 예기치 않은 실패든. 그 순간들이 우리를 방문할 때, 그것들을 자신과 혼동하기 시작한다. 우리는 흔히 이런 마음의 상태를 '우울함'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곤 한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의욕이 없는 사람이야", "나는 슬롯 부적응자야"라는 말들이 우리 입에서 나오는 것. 이런 말들을 할 때마다 무의식 중에 우리 존재 앞에 무거운 마침표를 찍는다.


마침표는 무엇을 의미하나?


그렇다. 마침표는 문장의 끝을 알린다. 그것은 최종성(finality)의 기호니까. 더 이상의 가능성도, 움직임도, 변화의 여지도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이 정말로 그렇게 확정된 것일까?


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우리의 정체성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흔히 이 둘을 같은 것으로 여기는 실수를 하곤 한다.


"지금 나는 슬프다"는 감정 상태가 "나는 슬픈 사람이다"라는 정체성 선언으로 변환되어 버리는 실수. 이것이 바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첫 번째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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