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 앞에서
나는 어릴 적 혼자인 적이 없었다.
형제가 많았다. 그리고 더 많은 동네식구들이 있었다. 부모가 종일 집을 비워도 배를 곪지 않았고, 형제보다 더 많은 동네아이들은 서로의 시간을 나눴다.
삶이 늘 그렇듯 싸움도 있었다. 나는 그 집에서 밥을 먹는다. 욕은 반찬이다.
싸우지 말라는 잔소리와 함께 우리는 꿀밤을 맞는다. 진정한 밥값이다.
옆동네에서 다치고 깨지면 다 같이 몰려가 ‘된장 친 놈’을 외친다.
무슨 말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사이가 안 좋아도 남이 건드리면 한편이 된다.
나는 자연스럽게 ‘우리’를 배우고 ‘함께’를 배우고, ‘정’을 배웠다.
시간이 흘러 개발의 바람을 타고 사람들이 흩어졌다. 각자 다른 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쉽게 ‘우리’를 만들지 못했다. 동네식구는 그곳에 피어나지 않았다. 혼자가 많아지고 담장이 높아졌다. 그 담장이 높아지는 동안 사람 사이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나는 옆집 사람의 얼굴을 모른다.
그저 별 탈 없이 오래 살고 있으면 고마울 뿐이다. 이웃은, 탈 없이 있어주면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그 속에서 아이는 혼자 큰다. 가족을 벗어나면 혼자여야 한다. 가족 안에서도 그럴 수 있다.
‘우리’와 ‘함께’를 배우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계속된 재난은 아이들을 더 좁은 울타리로 몰아넣고, 관계의 시작을 서툴게 만든다.
내 어린 기억은 수채화처럼 남아 있다.
그 장면을 지금의 아이들에게도 건네고 싶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라면 좋겠다. 미래는 그곳에 있다.
어떤 방문은 세상에서 제일 굳게 닫혀 있다.
빛이 튕겨나고 말이 튕겨나고 마음이 튕겨 나는 문.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
미세한 먼지로라도 그 안에 희망을 던져주고 싶다.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립이 멈춤으로 남지 않기를.
깊어짐으로,
그 문을 열고 나오기를.
나는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