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를 채우는 응원
어떤 관계는 끝맺음에서야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드러낸다.
나는 그 누구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는지, 그 물음은 떠나온 빈자리에서 더욱 또렷해진다.
구성원의 일부였을 때와 직바카라을 맡았을 때. 그리고 그것을 내려놓았을 때. 심지어 관계를 완전히 벗어났을 때 각자의 위치는 다르게 기억된다. 함께일 때 드러나지 않던 것들이 떠난 뒤 평가로 빈자리를 드러낸다.
남아 있는 사람은 현재를 중심으로 자신의 위치를 바꾼다. 떠난 사람은 지나온 시간을 중심으로 자신을 되짚는다. 기억의 시간은 같았고 방향은 서로 다르다.
유능했고 많은 성과를 냈어도, 새로운 사람들은 현재의 성과를 자신들에게서 찾는다.
자리를 벗어난 사람이 굳이 포함될 이유는 없다.
선택은 현재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지금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온 발자국이 그 길을 갈고닦았다는 사실은
사고의 저편에 기록될 뿐이다.
시도되지 않은 길은 여전히 미로 속에 머문다.
묻히는 것은 자리일까, 자신일까.
고양이의 길 찾기는 일관적이다.
그들은 때로 같은 길만을 고집한다. 정들고 안전한 길. 그 길은 게으름이 아니라 생사의 감각으로 선택된 길이다. 그들의 발은 기억한다. 한 번 지나간 길의 온도와, 위험하지 않았던 순간의 결을.
반복은 단순한 되풀이가 아니라 존재를 정밀하게 만드는 과정이 된다. 한 번 지나간 길은 몸에 남고, 한 번 맺은 관계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사람은 빠르게 변한다.
자주 길을 바꾸고, 관계를 빠르게 재배열한다. 그리고 쉽게 잊는다. 주어진 편의에 의해.
이때의 망각은 무능이 아니라 생존의 또 다른 방식이 된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어떤 자리는 빠르게 덮이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지워진다.
하지만 정말로 사라질까.
그가 행했던 모든 열의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다른 곳에서 자신을 부각한다.
태도는 결국 다음의 자신을 만드는 일이 된다.
그 무게는 온전히 스스로 도출해 낸다. 비워진 자리는 단절이 아니라 다른 형태의 이어 짐이다.
오늘, 나의 빈자리를 보았다.
비어 있기도 했고, 이미 다른 방식으로 채워지고 있기도 했다. 혼돈은 점차 가라앉고 때로는 안정적이었다. 잘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머물렀던 곳을 돌아보는 마음은, 응원이다.
단체가 성장하는 가장 근원적인 힘은 하나다. 바카라임의식.
각자의 기준으로 자리를 감당하는 마음. 타인의 시선에 기대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소홀하지 않는 태도. 조직은 사람을 기억하지 못해도 태도는 구조 속에 남는다. 그 하나만으로도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수 있다.
자리는 머무르는 곳이 아니라 지나가는 과정이다.
그 자리를 지나며 어떤 태도로 있었는지가 나라는 사람을 남긴다. 어쩌면 우리는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며 살아가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을 떠난 적은 없는지도 모른다. 남는 것은 어디에 있었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있었는지이므로.
그래서 오늘도 묻는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남고 있는지.
그리고 그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아직 지나가는 중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