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나를 성장시키는 문장

필사의 노트는 삶이 된다.

by아이오타 iota
필사는 노력이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타인의 고운 문장을 종이에 옮겨 심는다.

누군가의 생각이 천천히 손끝을 지나 나의 호흡으로 들어오는 과정이다.

옮겨지는 모든 글은 감사의 문장이 된다.

타인의 정원을 걸어 향기를 묻혀 오는 것처럼, 그 순간 내 삶의 일부가 된다.


하지만, 나는 필사에 자주 실패한다.

열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폔을 잊거나, 노트를 잊거나, 바카라을 잊는다.

그러다 가끔 노력했던 나도 잊는다.


남기고 실천하고 싶던 문장은 어디에 뒀을까.

떠오르지 않는 문장 앞에서 괜한 머리카락을 움켜쥐어 본다.

“어디에 뒀을까?”
그 문장은 지금, 순간의 나를 살릴 수도 있을 텐데.

머리로 기억할 수 있는 말은 사라지고 체득한 글은 몸에 배었다.

기억해야 하는 건 문장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트럭짐칸에서 태어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새끼 고양이들을 구조했던 날이었다.

작고 따뜻한 생명들은 누군가에 의해 그냥 뜨거운 풀밭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태양이 무엇을 익혀버리기에 아주 좋은 날에.

그 필사의 순간에 나는 한참을 망설였다.

그것은 바카라임에 대한 무게였다.

불현듯 맞이한 순간, 판단은 이성이 해야 했다.

나의 휴가는 그들의 풀밭에서 발을 떼지 못했다.

너무 작고 눈도 못 뜬 꼬질이들. 작은 존재들을 만지기엔 내 손이 너무 커 보였다.

유튜브를 그렇게 열심히 본 적이 있었을까. 여러 영상을 찾아보며 그들을 돌봤다. 온도를 맞추고 분유 먹이는 법, 배변을 돕는 법.


사람보다 작은 생명체는 자주 손을 떨게 했다.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그 아이들을 살려야 하는 바카라임감은 나만의 방식으로 보호자를 자처했다.


그것은 어쩌면 내가 했던 가장 절박한 필사였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보고 작은 생명들을 위해 그 방법들을 행동으로 읽었다.

누군가의 지식이 나의 행동이 되었고, 그 행동이 다시 생명을 살렸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르자 놀라운 장면이 펼쳐졌다.

집에 있던 다섯 마리의 고양이가 그들을 염탐했다. 관심 없는 듯 그들의 자리에 자주 눌러앉았다.

아기 고양이들은 그 모습들을 따라 하려 작은 몸을 움직였다.

큰 아이들이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그 조용한 눈빛에 내 마음이 요동쳤다.

아무 말이 없어도 존재에는 힘이 있다.

눈물이 날 만큼 경이로웠다.
그들은 서로를 지키고 있었다. 시킨 적도 없는데 서로를 살리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었다.

새끼고양이들은 큰 고양이들의 삶을 필사적으로 필사하기 시작했다.


나의 필사는 작은 생명을 살아 있게 도왔다.

고양이들은 서로의 필사로 고양이다운 자세를 배워 나갔다. 신기하게도 싸움이 없었다.

서로를 지키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일 것이다.

막내 고양이들은 누구보다 개성이 강한 자신을 만들어갔다.

그 과정은 온전히 그들만의 문장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그때 조금 알 것 같았다.

좋은 문장을 필사한다는 것은
좋은 문장을 모으는 일이 아니라
좋은 내가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것을.

문장이 내게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문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어떤 문장은 나를 맞이하고

나는 그것을 닮아 조금씩 성장한다.

그런 어느 날들이 모여

나는, 나의 문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나의 필사는 이렇게 이루어진다.

나는 또 잊는다.

게으름 앞에 펜을 내려놓고, 노트를 덮고, 바카라을 멀리 치운다.

하지만 또 어느 순간 기억한다.

다시 써보자.


필사는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한 줄 쓰고 멈추고

또 잊고

그러다 다시 쓰는 일.


그 반복 속에서 나는 또 성장할 것이다.

아주 조금.


그래서 오늘도 다시 해본다.

필사의 노력으로.

어쩌면 한 줄의 문장이

오늘의 나를

내일의 나로 옮겨 적어 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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