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적이 없다.
다만 별의 심장에서 태어난 원자들이
잠시 '나'라는 이름으로 모였을 뿐.
138억 년을 떠돌던 탄소와 산소,
철과 칼슘은
어느 날 한 몸 안에서 숨 쉬고,
웃고, 사랑하며,
한 생애를 노래했다.
그리고 마지막 불꽃이 몸을 감싸면
물은 구름이 되어 하늘로 오르고,
탄소는 바람을 타고 숲으로 스며들며,
남은 뼈는 흙의 기억으로 돌아간다.
사라지는 것은 몸이 아니라
잠시 아름다웠던 배열.
원자는 흩어질 뿐 사라지지 않고,
생명은 풀릴 뿐 끊어지지 않는다.
불생불멸(不生不滅)
비가 되어 강을 흐르고,
잎맥 속 푸른 숨결이 되고,
새의 날갯짓이 되고,
아이의 첫 숨결이 된다.
오늘의 내가
내일의 꽃잎이 되고,
먼 훗날 어느 별의 먼지가 되어도
우주는 한 번도
나를 잃은 적이 없다.
시간 또한 흘러 사라지는 강이 아니라
모든 순간을 품고 있는 거대한 바다.
어린 날의 웃음도,
사랑했던 눈빛도,
마지막 작별도
시공간의 깊은 결 속에서
여전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므로 죽음은
문이 닫히는 일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일.
인간이라는 형상을 벗어
물과 공기와 흙과 별이 되어
다시 우주의 긴 숨결 속으로
조용히 걸어 들어가는 일.
나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피어난다.
생겨난 것도 아니요,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우주는
끝없이 모습을 바꾸며
스스로를 드러낼 뿐.
나는 그 영원한 순환 속에서
잠시 '나'였던 우주였다.
부증불감(不增不減)
한 송이 꽃이 지는 것이
우주를 덜어내는 일이 아니듯,
한 사람이 떠나는 것도
우주가 무엇을 잃는 일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잠시 인간이라는 계절을 지나
다시 물이 되고,
바람이 되고,
별빛이 되어
끝없는 순환 속을
말없이 여행하는
우주의 한 숨결이니
사라진 것은 이름뿐
우주는 여전히 나로 흐른다.
떠난 것이 아니라
모습을 바꾸었을 뿐.
나는 여전히
우주의 시간 속에 있다.
나는 잠시 사람이었고,
지금은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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