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by김별

알고리즘


무얼 먹을지
무얼 입을지
어디를 갈지
무얼 좋아해야 할지까지

모두 알아서 챙겨주는
내 최애 비서.


너무 똑똑해서
나는 생각하는 일을
조금씩 퇴직했다.


이제는 묻지도 않았는데
내 앞에 답부터 갖다 놓는다.


사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사랑할 사람도,
화를 낼 일도.


내가 선택한 줄 알았는데

돌이켜 보니
선택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이 비서 하나 없으면
오늘 점심도 못 고르고,
갈 길도 못 찾고,
볼 영화 하나도 못 고른다.


언제부턴가
비서는 나를 보좌하지 않는다.

내 삶을 결재한다.

나는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먼저 그에게 허락을 구한다.


비서는 점점 주인이 되었고,

주인은
사용자(User)라는 이름으로
편안하게 관리되고 있다.






알고리즘은 원래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탄생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빠르게 찾아주기 위해 검색, 길찾기, 쇼핑, 의료, 금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알고리즘이 쌓여가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예측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게 되면서부터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는 내가 좋아할 영화와 영상을 먼저 추천하고, 쇼핑몰은 내가 사고 싶을 물건을 미리 보여준다. 어느새 우리는 편리함과 효율성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선택을 알고리즘에 맡기며 살아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상의 권위도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 예전에는 인간의 경험과 직관, 자유의지를 가장 믿었다면,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더 신뢰하는 시대가 되었다. 유발 하라리가 말한 '데이터교(Dataism)'도 바로 이런 변화를 가리킨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알고리즘이 만들어 놓은 선택지 안에서 결정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것이 누군가의 강요가 아니라는 점이다.

알고리즘은 더 편리하고, 더 빠르고, 때로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우리는 기꺼이 선택권을 넘겨준다. 그렇게 조금씩 편리함을 얻는 대신, 나도 모르게 스스로 결정하는 힘은 약해질 수도 있다.


우리는 또 매일 사진을 올리고, 검색하고, 좋아요를 누르며 끊임없이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우리의 경험은 데이터가 되고, 그 데이터는 알고리즘을 더욱 똑똑하게 만든다. 그리고 더 똑똑해진 알고리즘은 다시 우리의 선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반복되는 악?순환 속에서 인간은 시스템의 주인이 아니라 데이터를 공급하는 존재로 바뀔 위험도 있다.


그래서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기술을 사용하는가, 아니면 기술이 우리를 움직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알고리즘은 분명 인간을 돕는 훌륭한 도구다. 하지만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좇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의 자유와 주체성을 조금씩 대신하는 새로운 권력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알고리즘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