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에서 동으로, 유라시아를 걷다]

유라시아 기행출발 포루투칼 리스본

by김별



프롤로그


역사학자 이병한의 <유라시아 견문>을 읽다 문득 생각이 스쳤다. 그간 내 발길이 닿았던 수많은 도시를 파편화된 기억이 아닌, '유라시아 횡단'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공간적 서사로 엮어보고 싶다는 열망이다.


마침 3년 전 오늘, 7월 7일에 온라인카지노를 시작했다. 그 특별한 날에 맞추어 지난 10여 년간의 여정을 15화에 걸쳐 정리해 보고자 한다. 7월 7일에 온라인카지노를 만나다



이병한 작가가 서구 중심주의 사관을 탈피해 유라시아의 재통합을 이야기했듯, 나 또한 나만의 시선으로 이 대륙을 다시 읽어내려 한다. 과거 문명이 동에서 서로 흘러갔다면, 이제는 다시 서에서 동으로, 그 출발지로 돌아오는 길이다. 우리는 흔히 유럽과 아시아를 먼 타지로 여기지만, 사실 유라시아는 하나로 이어진 거대한 대륙이다.


언젠가 남북 철도가 이어져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시베리아의 설원을 달려 파리까지 닿는 날을 꿈꾼다.


이번 연재를 통해 독자들과 그 꿈을 공유하고 싶다. 단순히 여행지의 명소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대륙의 끝에서 끝까지 이어지는 연결선을 따라 우리가 어떻게 다시 하나로 맞닿을 수 있을지 그 희망의 궤적을 함께 그려보고 싶다.


그래서 유라시아 횡단이라는 의미에 집중하고자 같은 경도에 위치한 도시들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프라하, 부다페스트, 빈 등은 생략하고 자그레브를 선택하는 등 15개의 거점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려 한다.





유라시아 횡단의 첫걸음은 서유럽의 끝, 대서양을 향해 열린 땅 포르투갈이다.

리스본이 제국의 화려한 심장부였다면, 그 심장을 뛰게 한 엔진은 포르투였다.


도루(Douro) 강변을 따라 붉은 지붕들이 층층이 쌓인 포르투는 중세의 고풍스러움과 서민적인 따뜻함이 기묘하게 공존하는 곳이다.

대항해 시대를 기획하고 자금을 댄 엔리케 왕자의 고향답게, 이 도시는 당시 조선업과 무역의 중심지로서 제국의 기틀을 다진 곳이다.


나는 푸른 아줄레주(Azulejo) 타일로 뒤덮인 상벤투 역을 지나며, 화려함보다는 세월의 더께가 묻어나는 골목들을 걷는 것을 즐겼다.

영화 <해리포터> 속 계단의 모티브가 된 렐루 서점의 곡선 계단, 225개의 좁은 계단을 올라 만난 클레리구스 탑 위에서의 조망까지.


그곳에서 맛본 문어 요리와 바칼라우는 기교 없는 자연의 맛 그 자체였다. 음식에 스며든 소박함이야말로 낯선 땅에 뿌리내린 이들이 가진 담백한 생명력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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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사 궁전 앞 엔리크 왕자 동상

동 루이스 다리

렐루 서점 해리포터소설에 영감을 준 빨간 계단 위 빨간 옷 여인.

아랍문양에다 포르투갈 특유의 디자인으로 고착시킨 아쥴레쥬 타일이 아름다운 샹투벤 역

리비에라 해안에서 먹은 참치 튜너 스테이크






포르투를 떠나 도착한 리스본은 일곱 개의 언덕 위에 세워진 낭만적인 도시였다.

20대 시절 스쳐 지나갔던 기억은 희미했지만, 이번에 마주한 리스본은 7개 언덕 중 가장 높은 곳에 숙소를 잡은 덕에 도시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좁은 구도심의 틈새를 누비는 28번 노란 트램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극했다.

사람들로 꽉 찬 트램 안,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오를 때면 건물 벽에 몸이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여행자의 심장을 짜릿하게 만들었다.


성 조르제 성과 1150년에 세워진 리스본 대성당의 견고한 돌벽은 지진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도시의 강인함을 상징한다.


대서양의 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벨렝 지구는 대항해 시대의 영광 그 자체였다.

16세기 마누엘 양식의 걸작인 제로니무스 수도원은 포르투갈의 정체성과 역사적 성취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바스쿠 다 가마의 인도 항해 성공을 기념하여 건립된 이 수도원은 향신료 무역의 부로 지어졌다 하니, 당시 후추가 금값과 같았음을 실감케 한다.


수도원 옆 해양박물관에서는 선박 기술과 항해 도구를 보며 그 시대를 생생하게 그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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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의 탑, 엔리크 왕자부터 마뉴엘 1세, 바스코 다 가마등이 새겨진 탑

뱃머리에서 '가자 더 넓은 세상으로'의 글귀가 그들의 모험과 용기, 탐험정신을 나타내준다.

돌을 나무나 밀랍처럼 창틀, 기둥들의 조각이 화려한 수도원 내부마당과 분수

제로니무스수도원 화려한 천정과 십자가위의 예수가 대립적이다.

샐러드를 먹으려다 너무 많은 푸짐한 식사. 포르투갈, 음식은 싸고 맛있다




코메르시오 광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헨리 왕자를 필두로 대항해 시대를 이끈 인물들이 조각된 '발견 기념비'가 보인다.

과거 포르투갈은 영토 확장보다는 무역을 위해 아프리카, 인도 고아, 아시아의 말라카, 마카오, 브라질 등 주요 거점 항구를 점령했다.


당시 그들은 대포를 실은 상선으로 무역 거점을 확보하며 제국주의의 선두에 섰다.

후추를 구하기 위한 쟁탈전은 곧 영토 전쟁으로 번졌고, 그 과정에서 노예무역의 비극도 시작되었다.


후추는 겨울이 오기 전 사료값 절약을 위해 가축을 도축해서 염장저장을 하니 누린내가 나서 후추를 뿌려야 했고 후추가격은 산지인 동남아, 인도를 베네치아등 상인들을 거쳐오면서 천정으로 치솟아 후추쟁탈전이 곧 영토전쟁으로 까지 번졌다.


상선에 대포를 싣고 다니면서 각 나라에 무역거점도시들을 확보하고 대포로 위협해서 일본과도 교역을 시작한 포르투갈, 그들이 일본에게 총을 주어 결국 우리도 어쩌면 그 여파의 일부로 식민지가 되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강변 산바카라로를 따라 걸어 닿은 벨렝 탑은 과거 요새이자 세관, 감옥으로 쓰였던 수중 탑이다.

그 앞 버스킹하는 바이올린 선율에 귀를 기울이며, 나는 그 화려했던 발견의 역사가 이제는 육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연결'의 역사로 바뀌길 염원했다.


리스본의 푸른 아줄레주 타일처럼, 우리의 여행도 파편화된 도시를 넘어 하나의 온전한 유라시아로 이어지길 바란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대륙의 품을 가로질러 부산에서 리스본까지 닿는 그날을 꿈꾸며, 나의 유라시아 여정을 시작한다.



다음 화 예고~ 붉은 열정과 이슬람의 흔적이 겹쳐진 스페인의 세빌리아로 떠난다. 대륙의 끝에서 시작된 여정이 어떻게 동쪽으로 이어지는지 함께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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