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2-50장 읽기

약속을 붙든 사람들

by윤여준 변호사의 성경보기

1. Overview


창세기 1-11장까지의 이야기는 우주의 창조부터 바벨탑 사건까지, 말하자면 인류 전체를 무대로 하는 거대한 서사였습니다.

그런데 창세기 12장에 이르면 갑자기 카메라가 확 줌인됩니다.

온 세계에서 단 한 사람, 갈대아 우르를 떠나라는 부름을 받은 아브람이라는 노인에게로. 이 전환은 성경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서사적 중심축 중 하나입니다.

저자들은 창세기 12-50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실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바로 "약속(promise)"입니다. 하나님이 선조들에게 건네신 약속 — 땅, 자손, 그리고 열방을 향한 복 — 이 약속이 4대에 걸친 인간들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줍니다.

그런데 이 약속의 여정은 순탄하지 않습니다. 약속을 받은 여인들은 하나같이 아이를 낳지 못하고, 약속의 땅은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으며, 약속의 상속자들은 서로 속이고 갈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것이 핵심입니다 — 약속은 꺾이지 않습니다.

이 장은 그 "불구하고"의 이야기, 인간의 실패와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약속이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입니다.


2. Summary & Commentary


현실로 내려온 이야기 — 창세기 12장의 전환

창세기 1-11장은 신화적 시간 속에 있었습니다.

우주적 창조, 에덴동산, 홍수, 바벨탑 — 이 이야기들은 특정 날짜나 장소가 없는, 인류 보편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12장에서 무언가가 달라집니다.

갑자기 이름이 등장하고, 장소가 구체화되고, 세대가 이어집니다. 아브라함과 사라, 이삭과 리브가, 야곱과 라헬, 요셉과 그의 형제들. 독자는 어느새 특정 가족의 이야기 안으로 끌려 들어갑니다.

20세기 초 독일의 구약학자 헤르만 궁켈은 창세기 12-50장이 원래 작은 독립적인 이야기들 — 천막 앞에서 나눈 대화, 샘 곁에서 벌어진 다툼, 밤에 찾아온 신비한 존재와의 씨름 — 이 오랜 세월에 걸쳐 모여 하나의 바카라이 되었다고 분석했습니다.

마치 한 지역에서 구전으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들이 어느 날 누군가에 의해 기록되고 편집된 것처럼.

그리고 미국의 학자 로버트 알터는 이 이야기들 안에 반복되는 장면 패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이를 "유형적 혹은 전형적 장면"이라고 불렀는데, 예를 들어 이방 땅에서 아름다운 아내가 남편의 거짓말로 위기에 빠지는 장면(아브라함 두 번, 이삭 한 번), 샘가에서 배우자를 만나는 장면(이삭의 결혼, 야곱의 결혼, 모세의 결혼) 같은 것입니다. 이 반복은 우연이 아니라, 성경이 의도적으로 사용하는 문학적 장치입니다.


12장 1-3절 — 성경 전체의 경첩

창세기 12장 1-3절은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단락 중 하나입니다. 분량은 세 절밖에 되지 않지만, 이 짧은 텍스트가 성경의 방향을 완전히 바꿉니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

브루그만은 이 단락이 앞에 오는 것(창세기 1-11장의 저주와 분열)과 뒤에 오는 것(이스라엘 역사 전체)을 연결하는 "경첩"이라고 설명합니다.

창세기 1-11장 끝에 온 세상이 흩어지고 혼란에 빠졌다면, 하나님은 아브라함이라는 한 사람을 통해 그 저주를 되돌리기 시작하십니다. 다시 말해 아담과 하와의 범죄로 인한 저주를 아브라함을 통한 복으로 상쇄시키시는 겁니다.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는 말은 이스라엘의 선택이 이스라엘만을 위한 것이 아님을 처음부터 선언합니다. 이스라엘은 열방을 향한 복의 통로로 부름 받은 것입니다.

독일의 구약학자 게르하르트 폰 라트는 이스라엘이 예배 자리에서 고백하던 신앙고백(작은 역사 신경)의 틀이, 흩어져 있던 조상들의 옛이야기들을 하나의 거대한 구원 역사로 꿰어내는 중심 줄기가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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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에 세례를 받고 약 40년 기독교 신앙을 붙들고 살았습니다. 신앙 유산으로 남기고 싶은 주제들을 글로 정리합니다. 글을 쓰다가 신대원까지 입학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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