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1-11장 읽기

모순 속에 피어나는 우주적 기적

by윤여준 변호사의 성경보기

1. Overview


창세기 1-11장은 역사 기록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꾸며낸 이야기도 아닙니다.

이 본문은 이스라엘 공동체가 수백 년에 걸쳐 하나님과의 만남을 신앙적으로 기억하고 고백한 산물입니다.

브루그만은 이 장들을 "모순 속의 우주적 기적"이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은 창조와 축복을 베푸시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그 관계를 깨뜨립니다.

놀라운 것은 하나님이 그 모순 앞에서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점입니다. 심판 뒤에는 반드시 은혜가 따라옵니다.

창세기 1-11장은 바로 이 패턴—깨짐과 회복, 심판과 약속—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선언하는 신앙 고백입니다.


2. Summary & Commentary


두 개의 창조 이야기, 그런데 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일까?

창세기를 처음부터 읽다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1장에서는 빛, 물, 식물, 동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간이 창조됩니다.

그런데 2장에서는 인간이 먼저 만들어지고 나중에 동물들이 창조됩니다.

창조 순서가 다릅니다. 이름도 다릅니다. 1장의 하나님은 "엘로힘(하나님)"이고, 2장의 하나님은 "야웨 하나님"입니다.

문체도 다릅니다. 1장은 웅장하고 반복적인 예전(禮典) 양식—"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을 갖추고 있고, 2장은 흙을 빚고, 갈비뼈를 취하고,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는 훨씬 인간적이고 생동감 있는 이야기입니다.

학자들은 이 두 이야기가 서로 다른 전승에서 왔다고 설명합니다.

1장은 이스라엘이 바빌론 포로로 끌려갔던 시기(기원전 6세기)에 제사장 공동체가 정리한 전승(P 문서)이고, 2-3장은 그보다 훨씬 오래된 남유다의 이야기 전승(J 문서)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최종적으로 편집한 사람들은 두 이야기를 하나로 합쳤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모순을 몰라서가 아니라, 두 이야기가 서로 다른 각도에서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마치 같은 사건을 찍은 두 장의 사진이 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것처럼.


창세기 1장: 혼돈에서 질서로—세상은 무(無)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창세기 1장 1절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하나님이 말씀 한마디로 우주를 만드셨다."

이것은 기독교 신학에서 중요한 고백인 "무로부터의 창조(creatio ex nihilo)"입니다.

그런데 본문을 히브리어 원문에 가깝게 읽으면 그림이 조금 다릅니다.

1절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직후, 2절에 이미 무언가가 있습니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히브리어로 이 혼돈 상태를 "토후 바보후"라고 합니다. 형체 없는 공허, 가늠할 수 없는 어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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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에 세례를 받고 약 40년 기독교 신앙을 붙들고 살았습니다. 신앙 유산으로 남기고 싶은 주제들을 글로 정리합니다. 글을 쓰다가 신대원까지 입학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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