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비전퀘스트 2010
[두 번째 수업] 엄마, 여자 그리고 나
1. 내가 좋아하는 신화를 찾아 정리하고, 왜 특별히 그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해석하라.
2. 그리고 자신이 바라는 '나의 신화' 하나를 만들어라.
* 각자는 과제를 하는 동안 여러 질문을 만들어, 스스로 자신에게 적용해 보고, 동료들은 그것을 어떻게 풀어 갔는지 주시하라. 이때 좋은 질문과 통찰이 나올 것이니, 그것을 동료 하나씩에게 comments 의 형태로 전달해라
엘렉트라는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과 클리타임네스트라의 딸이다. 그녀는 말 그대로 남부러울 것 없는 집안 출신이다. 그녀에겐 그리스 전역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던 미케네의 왕인 아버지 아가멤논과 스파르타의 왕인 삼촌이 있었으며, 또한 그리스 전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일컬어지던 이모 헬레네와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도 있었다. 더욱이 사랑하는 언니 이피게네이아와 어린 남동생 오레스테스까지 생각하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소녀였다.
그러나 엘렉트라의 운명은 그녀를 결코 행복하게 놔두지 않았다. 그녀의 불행은 아버지 아가멤논이 삼촌을 따라 트로이로 납치된 헬레네를 되찾으러 떠나는 그날부터 시작되었다. 어머니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아버지가 떠나기가 무섭게 아이기스토스라는 사람과 내통하기 시작하더니, 욕정에 눈이 먼 둘은 10년만에 전쟁에서 돌아온 아버지를 처참하게 살해하고 말았던 것이다.
엘렉트라는 자신의 쾌락에 눈이 멀어 남편과 자식을 내팽개친 어머니를 용서할 수 없었다. 어머니에 대한 증오가 깊어갈 수록 엘렉트라는 점점 난폭해졌다. 누가 위로라도 할라치면, “내버려두세요. 나의 고통은 치료할 수 없는 것에 속하니까요. 어서 비켜주세요.”라고 악을 쓰며 물리치곤 했다. 결국 아무도 그녀를 가까이 하지 않게 되었고, 그녀는 더욱 불행해졌다.
자신의 모든 불행의 원인을 어머니에게 돌리며 악담과 저주를 뿜어대던 그녀는 급기야 끓어오르는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남동생 오레스테스를 부추켜 어머니를 살해하도록 한다. 그리하여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엘렉트라의 염원대로 자신의 아들 손에 피를 토하며 쓰러지게 된다. 죄바카라감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동생을 지켜봐야하는 아픔이 있었지만 다행히 그가 점차 평정을 찾아가면서 엘렉트라의 불행은 서서히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게다가 엘렉트라는 포키스의 왕자 퓔라데스와 결혼하여 아이들도 낳았다. 그녀는 더 이상 부족한 것이 없었다. 가슴에 사무쳤던 아버지의 복수도 이루어졌고, 이제 자신도 결혼하여 젊은 남편과 사랑스런 아이들까지 가졌으니 말이다. 부정한 어머니가 망쳐버린 행복한 가정을 스스로의 힘으로 복원해 낸 것이다.
그런데 과연 엘렉트라는 더 이상의 여한없이 편안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었을까? 그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여자의 삶이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갖가지 회한을 느꼈다.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어머니의 기구한 사연이 가슴으로 다가오면서 어머니를 너무나 이해하게 되었지만, 이미 어머니는 세상에 없었다. 이제 불쌍한 어머니를 한 번도 사랑해드리지 못했다는 죄바카라감이 그녀를 끝없는 고통의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향해 겨누던 증오의 활은 이제 스스로 과녁 삼아 시위를 당겨대는 것이다.
제가 엘렉트라를 제 신화의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은 당연히 그녀의 이야기에서 저를 찾아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비극적인 가족사의 골격을 빌려 와 이름만 바꿔 넣었더니 저의 가족사가 그대로 복원되었습니다. 그렇게 애써 왔지만 이가 빠진 불완전한 기억밖엔 건져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뜻밖에도 3000여년 전에 살았던 미케네 공주가 혼수상태에 빠졌던 제 기억을 소생시켜주었던 것입니다. 끔찍하게도 그녀의 인생은 제게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 신화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질문인 ‘모험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은 분명해집니다. 엘렉트라 덕분에 내 몸이 기억하는 감정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제 더이상 치유를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고통을 방치하는 만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할 테니까요. 그리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제 아이들에게 대물림되겠지요. 그러면 저는 죽어서도 엘렉트라와 클리타임네스트라, 오레스테스와 아가멤논의 삶을 끊임없이 오가며 신음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봐야 할 겁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저와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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