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와 오늘도 싸웁니다]
강의가 끝났다. 강의안은 다시 열린다.
설명을 했는데 청중의 반응이 미적지근했던 대목이 있다. 듣는 사람에게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작업실에서 그 부분을 다시 읽는다. 어떻게 풀면 더 쉽고 재미있을까. 덜어낼지, 설명을 바꿀지, 다른 예를 찾을지 살핀다. 드문 일도 아니다. 내 강의안은 매번 수정된다.
번거롭지 않으냐고? 번거롭다. 그래도 재미있다는 느낌이 더 크다. 혼자 만들 때 안 보이던 것이 사람들을 만나면 보인다. 반응을 보고 설명을 바꾼다.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준비한 것만 일방적으로 꺼내놓는다면 생기지 않을 재미다.
세상도 빠르게 바뀐다. 어제 준비한 자료를 오늘 열어도 상대가 궁금한 것은 달라졌을 수 있다. 한 번 잘 만들어 계속 쓰면 얼마나 편할까. 그 편리함은 안다. 그래도 다시 쓸 때는 오늘도 맞는 설명인지 본다. 날짜만 고치면 되는 파일은 드물다. 같은 사례도 듣는 사람이 겪는 일과 맞아야 한다. 자료를 열면 더 넣을 것만 찾지는 않는다. 먼 이야기는 뺀다. 순서도 바꾼다.
강의안을 잘 만들었다고 강의까지 저절로 잘되지는 않는다. 듣는 사람에게 지금 필요한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 같은 설명도 어떤 문제를 안고 왔는지에 따라 쓸모가 달라진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준비한 대목보다 잠깐 곁들인 사례에서 반응이 올 때도 있다. 다음번에 무엇을 더 들여다볼지 알려주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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