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와 오늘도 싸웁니다]
“내가 그때 어떻게 해줬는데.”
누군가를 도운 뒤 이런 말이 나온다. 이삿짐을 날랐다. 바쁜 동료의 일을 거들었다. 난처한 사람에게 시간을 냈다. 그때는 기꺼이 했다. 정작 내가 필요할 때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그 하루가 달라진다. 좋았던 하루가 손해 본 하루로 바뀐다.
친구의 이사를 도왔다. 날씨 좋던 주말을 통째로 썼다. 몸은 고단했어도 같이 밥 먹고 웃으니 좋았다. 친구도 고맙다고 했다. 나중에 도움을 청했더니 '이번에는 어렵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러자 그날 나른 이사 박스부터 떠오른다. 그렇게 많았는데. 내가 그걸 다 날랐는데.
그런데 친구가 거절했다고 그날의 일까지 달라졌을까. 박스를 날랐고 같이 밥을 먹었다. 친구는 고맙다고 했다. 그때는 그걸로 좋았다. 이제 와서는 내가 준 것만 생각난다. 내가 받은 고맙다는 말은 어디로 가버렸나.
도울 때에는 할 수 있는지, 하고 싶은지 살핀다. 돕기로 했으면 돕는다. 나중에 똑같이 돌려받아야 한다면 그건 호의도 우정도 아니다. 거래다. 거래라면 상대도 그 조건을 알고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아무 말 없이 도와놓고 다음 선택까지 정해둘 수는 없다. 호의에 계약서를 붙여놓고 나 혼자 서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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