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와 오늘도 싸웁니다]
시계는 멀쩡하다. 시간도 잘 맞는다. 그런데 새 시계가 갖고 싶다. 어제까지 잘 차던 시계가 오늘은 초라해 보인다. 하룻밤 사이에 시계가 늙기라도 했나.
누군가와 이야기하다 그의 손목에 눈이 간다. 시계가 근사하다. 집에 와 검색한다. 제품 사진을 넘기고 가격을 본다. 비싸다. 창을 닫는다. 며칠 뒤 다시 연다. 내 손목에 올려보는 상상까지 했다. 아직 사지도 않은 시계가 벌써 내 물건 같다. 처음엔 살까 말까 했는데 이제 살 방법을 찾고 있다.
왜 갖고 싶냐고? “마음에 드니까.” 답은 간단하다. 그 시계를 처음 본 순간으로 돌아가면 좀 더 궁금해진다. 색깔과 디자인이 좋았을까. 시계 찬 사람이 근사했던 걸까. 나도 저렇게 보이고 싶었던 걸까.
마케팅에서는 고객이 무엇을 사는지만큼 왜 사는지가 중요하다. 시계에는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 말고도 살 이유가 여럿 있다. 옷에 어울리는 멋, 수고한 나에게 주는 선물. 시간은 스마트폰으로 보면 된다. 그래도 손목에 찬 물건이 주는 뿌듯함을 누리고 싶을 수 있다. 내가 그 시계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고객에게는 그토록 궁금해하던 것을 정작 나에게는 잘 묻지 않는다. 가격과 성능은 열심히 비교한다. 내 마음은 ‘그냥 좋아서’로 끝낸다. 그 시계가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는지 묻기도 전에 살 돈부터 계산한다. 고객의 마음은 연구하면서 내 마음은 대충 넘기는 셈이다.
남의 손목을 보기 전에는 새 시계가 없어도 아쉽지 않았다. 본 뒤에는 자꾸 생각난다. 검색하고 상상할수록 지금 시계는 더 시시해진다. 내가 원한다고 믿었던 마음에도 그 사람과 광고 사진이 한몫했다. 이쯤 되면 찜찜해진다. 내가 고른 줄 알았는데 남에게 끌려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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