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2> 미란다는 왜 앤디를 다시 불렀나
명령할 수 없는 사람과 일할 때 리더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파리의 분수대 앞. 앤디 삭스의 휴대전화가 울린다. 화면에는 미란다 프리스틀리의 이름이 뜬다. 앤디는 잠시 바라보다 전화기를 물속으로 던진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편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잊기 힘든 장면이다. 앤디가 버린 것은 온라인 게임만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기회를 밟고 올라서야 인정받고, 리더가 정한 성공의 기준에 자신을 계속 맞춰야 하는 방식과의 결별이기도 했다.
20년 뒤 두 사람은 다시 같은 조직에서 만난다. 이번에는 관계가 다르다. 앤디는 더 이상 비서가 아니다. 자기 이름으로 경력을 쌓았고, 자기 판단으로 콘텐츠를 결정하는 편집 바카라임자다. 미란다도 예전처럼 모든 열쇠를 혼자 쥐지 못한다. 잡지의 명성만으로 시장을 움직이던 시절은 지났다. 자본과 기술, 광고와 콘텐츠의 신뢰와 권한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나뉘어 있다. 미란다에게 앤디가 다시 필요해진 이유? 말을 잘 듣는 옛 부하라서가 아니다. 이제는 자기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의 힘까지 빌려야 해서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 2편의 두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세대교체가 아니다.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의 변화다. 1편의 미란다는 기회와 정보, 평판과 인맥을 한 손에 쥐고 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면 문이 열리고, 고개를 돌리면 기회가 사라진다. 미란다의 대사 “That’s all”은 이 구조를 웅변한다. 설명은 끝났고 질문도 끝났다는 신호다. 리더의 말이 곧 결론이 되는 조직에서는 구성원이 의견을 낼 이유도, 리더가 자신의 판단을 다시 살필 이유도 없다. 2편의 미란다는 더 이상 모든 사람에게 명령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자원을 가진 사람들과 조율하고 거래하고 협상하고 설득해야 한다. 리더의 진짜 시험은 여기서 시작된다. 명령할 수 없는 사람과 어떻게 일할 것인가.
1편의 미란다가 강한 이유? 뭐니뭐니해도 유능해서다. 세룰리언 스웨터 장면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앤디가 비슷해 보이는 벨트를 보고 웃자 미란다는 그가 아무 생각 없이 집어 입었다고 믿는 파란 스웨터 하나에도 디자이너와 편집자, 유통업자와 시장의 선택이 층층이 쌓여 있다고 설명한다. 미란다는 옷 한 벌이 아니라 그 옷이 만들어지고 선택되는 산업의 흐름을 본다. 유행이 어디서 생기고, 누가 의미를 붙이며, 어떤 선택이 소비자의 일상까지 내려가는지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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