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션>이 CEO에게 묻다, 당신의 감자는 무엇인가

[방구석5분혁신.AI 리더십]

by뿌리혁신가이드 안병민 대표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AI'라는 단어가 회의실 한가운데 떨어졌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미래를 말했다. 누군가는 생산성을 말했다. 누군가는 비용 절감을 말했다. 누군가는 경쟁사 얘기를 했다. 말은 많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은 회의실 밖에 방치돼 있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1. AI라는 낯선 행성에 불시착하다


영화 <마션>의 마크 와트니도 그런 질문 앞에 섰다. 그는 NASA의 우주비행사다. 식물학자이기도 하다. 화성 탐사 임무를 수행하던 중 거대한 모래폭풍이 몰아친다. 급히 철수하는 탐사대. 그 과정에서 와트니는 부러진 안테나 파편을 맞고 실종된다. 동료들은 그가 죽었다고 판단한다. 귀환선은 떠나고, 와트니는 홀로 남는다.


그가 눈을 떴을 때 화성에는 아무도 없었다. 남은 거라곤 끊어진 통신과 턱없이 부족한 식량, 그리고 생명이 살 수 없는 붉은 행성뿐. 외계 괴물은 없었다. 대신 더 잔인한 적들이 있었다. 고립, 침묵, 시간. 지구는 한없이 멀었고, 구조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웠다.


지금 기업이 선 자리도 다르지 않다. AI는 우리를 낯선 행성 위에 내려놓았다. 어제까지 익숙했던 시장의 중력은 약해졌다. 고객의 기대는 바뀌었다. 일의 속도는 달라졌다. 과거의 전문성은 불필요한 관성이 됐다. 기존의 성공 공식은 낯선 대기 속에서 빠르게 힘을 잃는다.


AI는 폭풍이 아니다. 폭풍 이후에도 우리가 계속 들이마셔야 할 새로운 대기다. 폭풍은 지나간다. 대기는 남는다. AI를 폭풍으로 보는 리더는 빨리 지나가기만 기다린다. AI를 대기로 보는 리더는 숨 쉬는 법을 다시 배운다. 지구의 방식으로 화성에서 살 수 없듯, 어제의 리더십으로 AI 시대를 경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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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업이 AI를 도구로 본다. 보고서를 빨리 쓰는 도구. 회의록을 요약하는 툴. 고객 응대를 자동화하는 수단. 콘텐츠를 많이 찍어내는 기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낮은 시선이다. AI는 도구가 아니라 환경이다. 무서운 것은 AI가 뭔가를 새로 만들어내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느리게 결정하고, 허술하게 기록하며, 낡은 방식으로 일해왔는지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데 있다.


기록이 없는 조직은 AI 앞에서 빈손이 된다. 정리되지 않은 데이터는 AI를 통해 더 그럴듯한 오류로 돌아온다. 얕은 질문을 던지는 조직은 후진 답을 더 빨리 얻는다. 부서간 소통이 막힌 조직은 AI를 붙여도 정보 유통이 안 된다. 실패를 숨기는 조직은 실험을 학습으로 바꾸지 못한다. AI가 조직을 똑똑하게 만들어 주는 것 아니냐고? 천만에. 조직의 민낯을 더 선명하게 비출 뿐이다.


2. 절망을 문제로 바꾸는 사람


와트니는 그 민낯 앞에서 도망치지 않았다. 깨어나자마자 자기 몸에 박힌 파편을 뽑고 상처를 꿰맨다. 감정을 추스를 여유도 없었다. 아니, 감정에 잡아먹히면 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남은 식량과 물, 장비를 살핀다. 다음 탐사선이 올 날짜를 짚어본다. 자신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한다. 죽음의 가능성을 부정하진 않았다. 다만 그것을 계산 가능한 문제로 바꿨다.


위기 앞 리더의 침착함은 표정 관리가 아니다. 공포를 정보로 바꾸는 능력이다. 와트니는 절망을 이긴 것이 아니다. 절망을 분해했다. 절망을 잘게 쪼개면 풀어야 할 문제가 보인다. 절망은 풀 수 없지만, 문제는 풀 수 있다.


AI 격변 앞의 기업도 다르지 않다. “우리도 AI를 해야 한다”는 말은 크지만 흐릿하다. 흐릿한 말은 조직을 움직이지 못한다. 어떤 업무가 바뀌는가. 어떤 역량이 낡아가고 있는가. 어떤 데이터는 쓸 수 있고, 어떤 데이터는 버려야 하는가. 고객은 무엇을 기대하는가. 구성원은 어디에서 두려움을 느끼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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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비즈랩] 대표|서울대 언론정보학과+HSE MBA|*저서 [마케팅 리스타트]+[경영일탈]+[그래서 캐주얼]+[숨은혁신찾기]+[사장을 위한 노자]+[주4일 혁명]+[질문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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