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AI 콘텐츠 자동화]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AI가 줄여야 할 것은 생각이 아니라 반복 작업이다
1. 아침에 키워드 하나를 넣는다. 점심 전까지 블로그 글 다섯 편, 카드뉴스 세 묶음, 영상 대본 두 편이 나온다. 문장은 반듯하다. 제목도 그럴듯하다. 발행 일정은 빈틈없이 채워진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누가 쓴 글인지 알 수가 없다.
2. AI 콘텐츠 자동화가 유행이다. 한 번 만든 프롬프트와 작업 흐름으로 글과 이미지를 계속 뽑아낸다. 생산성만 놓고 보면 놀랍다. 예전에는 하루 종일 걸리던 일을 몇 분 만에 끝낸다. 하지만 콘텐츠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나사와 다르다. 같은 규격으로 많이 만들수록 좋아지는 물건이 아니다.
3. 콘텐츠에는 한 사람의 삶과 시간이 들어간다. 오래 겪은 실패, 쉽게 설명되지 않는 감정, 어느 순간 생긴 의심, 남들은 지나쳤지만 혼자 붙잡았던 질문이 섞인다. 이런 것들이 문장 안에서 살아날 때 비로소 ‘그 사람의 글’이 된다. 이 복잡한 머릿속 풍경을 몇 줄짜리 지시문으로 옮기는 순간 손실이 생긴다. 언어의 해상도가 생각과 인식의 해상도를 따라가지 못해서다.
4. AI는 받은 말 안에서 움직인다. 왜 그 장면에서 마음이 불편했는지, 어떤 표현은 죽어도 쓰기 싫은지, 무엇은 끝내 동의할 수 없는지 알 수 없다. 입력되지 않은 고유성은 출력되지 않는다. 빈자리는 평균적인 문장으로 채워진다.
5. 더 큰 착각도 있다. 머릿속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AI가 알아서 ‘나다운 글’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다. AI는 내 생각을 대신 꺼내주는 독심술사가 아니다. 흐릿한 생각을 선명하게 포장할 수는 있다. 포장이 좋아졌다고 내용까지 깊어지는 것은 아니다.
6. 여기서 ‘저자 삭제 자동화’가 시작된다. 자료 조사, 요약, 초안 정리, 채널별 변환처럼 반복되는 공정을 맡기는 수준을 넘어 문제 설정과 해석, 판단까지 기계에 넘기는 방식이다. 결과물은 빠르게 나온다. 저자는 점점 희미해진다.
7. AI로 이제 70점짜리 콘텐츠는 누구나 만들 수 있다. 모두가 70점을 받을 수 있다면 70점은 경쟁력이 아니다. 기본값이다. 문장이 매끄럽다는 이유만으로 선택받던 시대는 끝난다. 앞으로 값이 붙는 것은 표현력이 아니다. 같은 사건을 보고도 다른 질문을 꺼내는 시선의 높이와 각도다.
8. 자동화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무엇을 자동화하느냐가 문제다. 손을 줄이는 자동화는 필요하다. 머리를 지우는 자동화는 위험하다. 조사와 요약은 맡겨도 된다. 관점과 판단은 남겨야 한다. AI가 벌어준 시간으로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더 높이 바라보아야 한다.
9. 발행량이 늘었는데 누구의 말인지 알 수 없다면 자동화는 실패다. 그것은 콘텐츠 생산이 아니다. 빈칸 채우기의 대량 처리다. 아무도 읽지 않고 보지 않는 AI 슬롭이 넘쳐나는 이유다. 맞다, AI로 무얼 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AI혁신가이드안병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