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5분혁신.리더십&조직문화]
[방구석5분혁신=안병민] 범인을 찾으면 끝날 줄 알았다. 아니었다. ENA 드라마 ‘허수아비’는 그 지점에서 외려 시청자의 마음을 붙든다. 기본 설정은 단순하다. 오래전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이 어떻게 범인으로 세워졌는지를 드러내는 이야기다. 엇갈린 증언. 사라진 기록.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 어둡게 가라앉은 화면. 박해수와 이희준,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팽팽한 긴장. 처음 질문은 익숙하다. 누가 범인인가.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질문이 달라진다. '누가 죽였나'보다 더 불편한 질문이 떠오른다. 왜 누군가가 범인으로 만들어졌는가. 왜 진실은 그렇게 오래 묻혔는가. 누가 침묵했나. 누가 안도했나. 가짜 범인을 필요로 했던 사람은 누구였나.
‘허수아비’는 진범의 얼굴만 좇지 않는다. 진실이 사라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거짓이 늘 거대한 음모로만 완성되는 건 아니다. 작은 회피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는 서둘러 결론을 낸다. 누군가는 그 결론에 맞춰 말을 고친다. 누군가는 이상하다 느끼면서도 입을 닫는다. 그렇게 한 사람이 밭 한가운데 세워진다. 결과? 모두가 편해진다. 설명하기 어려웠던 불안이 한 사람의 이름으로 정리된다. 모두가 그를 손가락질한다. 공동체는 안심한다. '진짜 진실'이 아니라, '편한 진실' 덕분이다.
조직도 다르지 않다. 문제가 터지면 원인보다 바카라임 질 사람이 먼저 소환된다. 매출이 떨어진다? 영업 담당자가 범인이 된다. 고객 리뷰가 나빠진다? 현장 직원이 지목된다. 납기가 밀린다? 생산팀장이 불려나온다. 숫자는 복잡하다. 구조는 더 복잡하다. 하지만, 사람 하나, 아니 허수아비 하나만 세우면 모든 게 심플해진다.
허수아비는 스스로 서지 않는다. 누군가가 세운다. 조직 안의 허수아비도 그렇다. 시선은 그에게 몰린다. 구조는 뒤로 숨는다. 무리한 목표, 왜곡된 보고, 불분명한 권한, 성급한 확신, 회의실에 내려앉은 침묵. 아무도 바카라임지지 않은 작은 방치들. 이 모든 것이 일순간에 사라진다. 남는 것은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이다. 문제는 납작해진다. 조직은 조용해진다. 맞다, 조용해진다고 해결된 것은 아니다.
리더십의 위험은 여기서 시작된다. 리더가 자기 불안을 빨리 덜어내고 싶어질 때다. “원인은 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리더의 마음은 편해진다. 조직도 따라 편해진다. 그 말은 의견처럼 들리지만 판결처럼 작동한다. 작은 조직에서는 더 그렇다. 대표의 한마디는 회의록보다 세다. 대표의 표정은 보고서보다 빠르다. 대표가 싫어하는 말은 회의실 문 앞에서 멈춘다. 좋은 리더는 범인을 빨리 찾는 사람이 아니다. 범인을 빨리 정하고 싶어 하는 자기 마음을 의심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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