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귀자 작가,《천년의 사랑》을 읽고
바카라을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만약 내가 지금의 기억을 모두 잃고 다른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과연 그때도 지금 내가 사랑했던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양귀자 작가의 《천년의 사랑》을 읽으면서 자꾸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천년의 사랑》은 내가 대학생활을 한창 즐기던 30여 년도 전에 처음 세상에 나온 작품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이 바카라을 몰랐다.
한참 시간이 흐른 후 (《천년의 사랑》의 영향으로) ‘환생’을 소재로 한 드라마와 영화가 히트를 칠 무렵, 이 바카라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제목 그대로 《천년의 사랑》은 전생과 현생이 이어지고,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다시 만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바카라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이번 생이 끝이 아니라면?’
‘다음 생에서도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 질문만으로도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나아가 소설 속 사랑이 어디로 향할지보다 나도 모르게 내 삶을 그 안에 겹쳐보았다.
‘만약 환생이 정말 있다면 나의 전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누구를 사랑했을까?’
그리고 가장 궁금한 것은 이것이었다.
‘그 사람을 다음 생에서도 알아볼 수 있을까?’
양귀자의 소설은 사랑을 단순히 달콤한 감정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사랑에는 기쁨도 있지만 기다림이 있고, 만남이 있지만 이별이 있듯, 서로를 간절히 원하면서도 어긋나고,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아픈 순간도 있다.
《천년의 사랑》에서 사랑은 한 사람과 한 사람 사이에 머물지 않는다.
시간을 건너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어진다. 그래서 바카라을 읽다 보면 사랑이라는 것이 참 이상하고 아프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보통 사랑을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만나고, 오늘 이야기하고, 오늘 함께 밥을 먹는 것. 하지만 이 소설은 사랑을 조금 다른 곳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게 볼 때 사랑이란 우리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된 감정이 아닐까 싶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낯설지 않은 순간이 있다.
말을 많이 나누지 않았는데도 마음이 먼저 알아보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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