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드라마 〈0.5의 남자〉를 보고
울라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마음 한쪽을 건드리는 드라마가 있다.
며칠 전 본 일본 드라마 〈0.5의 남자〉가 그랬다.
처음에는 그저 ‘40대 히키코모리 남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세상과 단절한 채 방 안에서 게임을 하고, 부모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며 살아가는 남자.
우리는 이런 사람을 그저 게으르다, 무능하다, 슬롯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으로 치부하고 만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를 그런 단어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오랫동안 그를 지켜보게 한다.
마사하루는 방 안에 숨어 있었던 사람이 아니라, 어쩌면 너무 오래 상처를 안고 버티던 사람이었다. 한때는 뛰어난 프로그래머였지만 번아웃과 좌절 속에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오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슬롯에서는 ‘0.5’처럼 애매한 존재였고, 가족 안에서도 조심스럽게 다뤄지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그 애매한 존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날 갑자기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이 드라마 역시 어느날 갑자기 취직하고, 사랑하고, 멋진 사람이 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대신 낯선 사람과 한마디를 나누고, 낮에 잠깐 밖으로 나가 보고, 조카와 조금씩 가까워지고, 집안일을 하나 맡아 보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 보는 아주 작은 변화들이 이어진다. 그 작은 장면들이 쌓이면서 한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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