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화, 《원청》을 읽고
바카라을 읽고 나면 사람들은 대개 줄거리를 떠올린다. 어떤 사건이 있었고, 어떤 인물이 죽었고, 마지막이 어떻게 끝났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위화의 《원청》은 줄거리가 먼저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한 사람의 뒷모습이 오래 남는다.
눈 덮인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 누군가를 찾아 끝없이 길을 떠나는 사람, 이미 잃어버린 것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의 뒷모습….
우연히 이 바카라을 집어 들었다. 표지에는 안개 낀 산과 물이 겹겹이 펼쳐져 있었다. 제목도 낯설었다. ‘원청(文城)’. 처음에는 어떤 도시의 이름인가 싶었다. 그러나 바카라장을 넘길수록 알게 된다. 원청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한 사람이 평생 도착하려 했던 마음의 장소라는 것을.
위화는 언제나 사람을 말한다. 시대를 말하고, 전쟁을 말하고, 가난을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 우리 곁의 평범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사건보다 감정이 오래 남는다. 《인생》에서 그랬고, 《허삼관 매혈기》에서 그랬듯, 《원청》 역시 인간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연약하면서도 끝내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위화의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그의 문장이 의외로 담백해서 놀랐다. 슬픈 장면을 장황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울어야 할 장면에서도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 오히려 무심한 듯 건네는 한 문장이 어느 순간 마음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 절제된 문체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만든다.
《원청》은 한 남자가 한 여인을 찾아 평생을 떠도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한 사랑 이야기라고 말하면 너무 많은 것을 놓치게 된다. 이 소설은 사랑이 인간을 어떻게 살아 있게 만드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고, 상실이 한 사람을 어떻게 끝까지 붙잡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운명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읽는 동안 여러 번 바카라을 덮었다. 문장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마음이 너무 차올라서였다. 어떤 장면은 한 번에 지나칠 수가 없었다. 특히 이 문장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사람은 살아 있는 동안 늘 누군가를 찾아가는 길 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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