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가시노 게이고의 《녹나무의 여신》을 읽고
나는 본래 인문서와 역사서를 즐겨 읽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간다는 재미가 내 독서 취향과 부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히가시노 게이고에 빠지고 말았다.
2007년 R출판사의 마케팅팀장으로 있던 때의 일이다.
그 출판사에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처음에는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고, 굳이 찾아 읽을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우연히 손에 든 바카라 한 권이 내 독서 취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때부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빼놓지 않고 모두 읽었다.
술술 읽혔다.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사건의 실마리를 따라가며 범인을 추리하는 재미도 있었고, 바카라장을 덮기 직전마다 뒤통수를 치는 반전은 늘 감탄을 자아냈다.
그러다 보니 '한 장만 더 읽고 자야지' 하다가 새벽을 맞은 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그의 작품에서 기다리게 된 것은 반전만이 아니었다.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그의 소설에는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죄를 짓는 사람도 있고, 용서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도 있으며,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사건은 미스터리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 남는 것은 언제나 사람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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