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거의 사용하지 않는 단어가 되었지만,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이 되면 사람들은 늘 "올해 피서는 어디로 가나?", "피서 계획은 세웠어?" 같은 말을 했다.
언론에도 '피서객'이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등장했고, 학교 방학 숙제에도 '피서지에서 있었던 일' 같은 제목이 심심찮게 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피서'라는 말이 사라졌다. 대신 '여름휴가', 또는 그냥 '휴가'라는 말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사라진 것은 단어 하나가 아니었다. 그 단어와 함께 떠오르던 풍경과 감정도 함께 멀어져 버린 것 같았다.
내게 '피서'라는 단어는 단순히 더위를 피하러 가는 행위를 뜻하지 않는다.
강가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먹던 수박,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한참을 놀다가 돌아오던 저녁길, 선풍기 바람을 쐬며 듣던 어른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떠오른다. 이상하게도 '여름휴가'라는 말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아마 언어라는 게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그 단어 속에 담긴 시간을 함께 기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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