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가튼 러브〉를 보고
점심으로 비빔국수를 하려고 물을 올리고 국수를 꺼냈다. 평소처럼 면을 한 움큼 잡았다. 양이 많은 것 같아 손에 쥔 면을 내려다봤다. 나도 모르게 집에 없는 아들 몫까지 잡았다. 한 줌 덜어 봉지에 도로 넣었다.
영화 〈포가튼 러브〉에는 기억을 잃은 남자가 나온다. 라파우 빌추르는 유명한 의사였다. 바빠도 어린 딸 마리시아 앞에서는 몸을 낮춰 눈을 맞췄다. 생일을 맞은 마리시아는 아버지를 보자 달려와 품에 안긴다.
그날 아내가 어린 딸을 데리고 떠난다. 가족을 찾아 헤매던 그는 거리에서 습격을 당하고 기억을 잃는다.
기억을 잃은 채 15년 동안 떠돌던 그는 안토니라는 이름으로 한 마을에 머물게 된다.
과거는 전혀 떠오르지 않는데 다친 사람 앞에서는 달랐다. 아픈 곳을 살피고 상처를 만지는 모습은 영락없는 의사였다. 어디서 배웠는지는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 의술만은 몸에 배어 있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 점이 흥미로웠지만 영화를 볼수록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빌추르는 그곳에서 마리시아를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런데 빌추르는 이상하리만큼 마리시아를 챙긴다. 마리시아가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쳤을 때 직접 수술해 목숨을 구한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원래 아픈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꼭 그것뿐이었을까. 자신에게 딸이 있었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하고, 눈앞의 여자가 그 딸이라는 것도 모른다. 그런데도 자꾸 마음이 간다.
그 모습을 보는데 낮에 국수를 잡았던 일이 떠올랐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잘 먹지 않는 것, 한 끼에 먹는 양을 나는 굳이 떠올리지 않는다. 함께 밥을 먹고 살아오며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이다. 그때 아들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한 사람을 마음에 두고 산 시간도 그렇게 남는 걸까.
빌추르는 딸이 어떤 모습으로 자랐는지조차 몰랐다. 두 사람은 뒤늦게 아버지와 딸임을 알게 된다. 그제야 빌추르가 이유도 모른 채 마리시아를 챙기던 모습들이 다시 떠올랐다.
영화의 마지막은 마리시아의 결혼식이다. 신랑과 신부가 춤을 추고, 아버지와 딸도 함께 춤을 춘다.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그 장면을 보며 낮에 덜어냈던 국수 한 움큼을 다시 생각했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버지와 딸은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