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시작부터 노래하고 춤을 췄다. 원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나는 재생 버튼을 누른 지 얼마 되지 않아 영화를 멈췄다. 그렇게 몇 번이나 영화를 멈췄다.
좀처럼 몰입할 수가 없었다. 극장에서 한창 상영할 때도 그랬다. 포스터를 볼 때마다 유명한 영화라는 생각은 했지만, 끌리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미뤄 두었던 영화를 10년이 지나서야 보게 됐다.
왜 그렇게 화려해야만 할까. 갑자기 노래하고 춤을 추는 사람들, 현실보다 더 선명한 하늘, 장면마다 바뀌는 의상. 이야기를 따라가다가도 자꾸 화면에 시선이 걸렸다. 뮤지컬은 즐기지만, 그 화려함에는 좀처럼 마음이 가지 않았다.
오디션에서 번번이 떨어지던 미아에게 세바스찬은 다시 해보라고 말했고, 현실에 맞춰 살아가려던 세바스찬에게 미아는 원래의 꿈을 떠올리게 했다. 서로를 응원했지만 두 사람은 같은 곳에 머물 수 없었다.
어렸을 때 내가 아는 사랑은 단순했다. 사랑하면서 왜 헤어져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사랑한다면 함께 있어야 한다고, 함께하지 못한 사랑은 실패한 것처럼 느꼈다. 해피엔딩이 아니면 보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함께하지 못했다고 해서 그 시간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재즈바 장면에서 두 사람은 긴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미아는 객석에 앉아 있고, 세바스찬은 피아노를 친다. 음악이 끝난 뒤 둘은 잠시 서로를 마주 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짧은 시선에 지난 시간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 표정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헤어진 것을 후회하는 얼굴 같기도, 잘 지내고 있어 다행이라는 얼굴 같기도 했다.
피아노 선율이 흐르자 두 사람이 함께했을지도 모를 삶이 상상 속에서 천천히 펼쳐졌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그 상상은 끝나지 않았다. 오래 남는 꿈같았다.
음악이 끝났는데도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화려한 색들에 자꾸 시선이 걸렸다. 마지막에는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만 남았다.
처음 화면을 가득 채웠던 원색은 모든 것이 잘될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이 춤을 췄던 하늘은 보랏빛이었다.
낮이라고 하기에도, 밤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 빛과 어둠이 한 화면에 함께 머무는 시간.
마지막에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도 그랬다. 웃고 있는 것도, 울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쉽게 이름 붙일 수 없는 표정이었다. 보랏빛 하늘처럼.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한동안 미아와 세바스찬의 테마곡을 들었다.
https://youtu.be/d0spbhcDjx0?si=KLi8g3L2W2Lkjzn2
그들의 시간은 보랏빛이었다.
돌아보면 내 시간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