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미지의 세계 (OST. 조용필)
탐사선의 자세 제어 장치가 작동했다.
기체가 천천히 회전하면서 화성의 붉은 대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지구에서 바라보던 화성과는 달랐다.
훨씬 가까웠고, 훨씬 거칠었다.
붉은 먼지가 낮게 깔린 평원 위로 바위와 능선이 이어졌다.
대기는 희박했고, 하늘은 지구의 푸른색과는 전혀 다른 탁한 주황빛을 띠고 있었다.
조종석 중앙에 착륙 예정지가 표시됐다.
그 주변으로 여러 개의 경고 표시가 떠올랐다가 하나씩 사라졌다.
강준호는 좌석에 몸을 고정한 채 전방 모니터를 바라봤다.
"현재 고도.“
엘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32킬로미터."
강준호가 계기판을 확인했다.
"속도 1.8킬로미터 퍼 세컨드."
"대기 밀도 정상."
잠시 후 엘레나가 말했다.
잡음이 섞인 통신음이 들렸다.
그리고 잠시 뒤 사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탐사선 아레스-7, 여기는 아르테미스 관제실입니다. 통신 상태 확인하십시오."
강도윤이 마이크를 잡았다.
"아레스-7, 통신 양호."
"아르테미스 기지, 착륙 준비 완료. 착륙 허가를 요청합니다."
몇 초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한이준이 창밖을 바라봤다.
화성의 지평선이 천천히 기울어졌다.
그때 엘레나가 말했다.
"아르테미스 기지에서 착륙 허가 신호를 확인중입니다."
"왜 늦어지지?“
한이준이 물었다.
강도윤이 말했다.
"기상 데이터 재확인 중인가봐."
한이준이 웃으며 말했다.
"화성까지 와서도 서류 검사는 똑같네."
아무도 웃지 않았다.
강도윤이 그를 바라봤다.
"지금 농담할 때 아니야.”
"알아.“
그때 통신이 다시 연결됐다.
"아레스-7.“
아르테미스 관제실이었다.
"착륙 허가 승인합니다.“
조종석 안의 긴장이 조금 풀렸다.
"착륙 좌표는 기존 계획과 동일합니다. 테라포밍 구역 3번 외곽. 아르테미스 기지와의 직접 통신 거리는 4.7킬로미터입니다.“
엘레나가 바로 응답했다.
"착륙 절차를 시작합니다.“
탐사선이 방향을 틀었다.
기체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화성의 대기가 선체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진동이 점점 커졌다.
강준호는 손잡이를 잡았다.
"진입.“
엘레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대기권 진입.“
탐사선 외부 온도가 빠르게 상승했다.
붉은빛이 조종석 전면을 뒤덮었다.
잠시 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몇 초 후.
화면에 화성의 지표면이 다시 나타났다.
착륙선 아래로 붉은 평원이 펼쳐졌다.
멀리 거대한 돔 하나가 보였다.
아르테미스 기지였다.
돔의 외벽에는 태양광 패널과 통신 안테나가 촘촘하게 붙어 있었고, 그 주변으로 테라포밍 시설의 거대한 구조물이 이어져 있었다.
한이준이 창밖을 바라봤다.
"저기가 우리가 지낼 곳인가?"
강도윤이 대답했다.
"일단은."
엘레나가 말했다.
"착륙까지 40초."
탐사선이 점점 낮아졌다.
20초.
10초.
그리고.
쿵.
기체가 지표면에 닿았다.
잠시 동안 조종석 안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엘레나가 말했다.
"착륙 완료."
누군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한이준은 좌석의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러자 곧바로 선내 안내 시스템이 작동했다.
"화성 표면 외부 환경은 인간의 직접 호흡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외부 활동 시 보호복과 산소 공급 장치를 반드시 착용하십시오."
강도윤이 장비 보관함을 열었다.
안쪽에는 탐사복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두꺼운 외피.
산소 공급 모듈.
헬멧.
통신 장치.
강도윤이 그것을 바라봤다.
"진짜 화성에 왔네."
한이준이 말했다.
"이제 실감돼?"
"아주 조금은.“
탐사선의 후방 해치가 닫힌 상태로 유지됐다.
아르테미스 기지와의 연결 통로가 준비될 때까지 외부 출입은 금지되어 있었다.
엘레나가 다시 말했다.
"기지 연결까지 11분."
한이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그동안 준비하자."
대원들이 하나둘 장비를 챙겼다.
각자의 보호복을 확인하고 산소 공급량을 점검했다.
11분 뒤.
탐사선과 아르테미스 기지를 연결하는 통로가 완전히 고정됐다.
문이 열렸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정확히 말하면 공기라기보다는 기지 내부의 정제된 대기였다.
한이준이 먼저 통로를 걸었다.
유리벽 너머로 화성의 붉은 지표면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은 아르테미스 기지 내부로 들어섰다.
기지 안은 예상보다 조용했다.
사람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지만, 소란은 없었다.
각자의 임무가 정해져 있었고 모든 움직임은 정돈되어 있었다.
벽면의 모니터에는 기지의 산소 농도, 온도, 수압, 전력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한쪽에는 작은 온실이 있었다.
아직 본격적인 식량 생산을 위한 규모는 아니었다.
그러나 푸른 식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한이준이 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화성에서 식물이 자라는 걸 보니까 이상하네."
강도윤이 말했다.
"저게 없으면 우리가 여기서 오래 못 버텨."
한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지 내부의 생활 구역을 지나자 거대한 투명 돔이 나타났다.
아르테미스 생활 돔이었다.
돔 안쪽에는 개인 숙소와 식당, 연구실, 의료실이 배치되어 있었다.
지구에서 가져온 흙과 암석을 이용해 만든 작은 정원도 있었다.
완전히 자연스럽지는 않았지만,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공간이었다.
엘레나의 안내가 이어졌다.
"탐사팀 숙소는 B구역입니다."
"식사 시설은 06시부터 22시까지 운영됩니다."
"외부 활동은 기상 조건 및 장비 상태에 따라 승인됩니다."
한이준이 걸음을 멈췄다.
"외부 활동 승인?"
"그렇습니다."
"내가 마음대로 밖에 나갈 수 없다는 거네."
"정확합니다."
강도윤이 허탈한 듯 웃었다.
"그래, 내가 화성에 왔다고 자유인이 되는 건 아니겠지."
이준은 알 수 없는 복잡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1장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