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푸른 요람 2부 지하도시

3장 - No matter where (ost. M.C The Max)


시추현장.JPG


붉은 먼지가 천천히 가라앉았다.

탐사 차량에서 내린 대원들은 시추 장비 주변으로 모였다.


오래된 장비였다.

표면 곳곳에는 먼지가 쌓여 있었고, 금속 연결부 일부는 붉게 변색되어 있었다.


이준이 장비의 외관을 살폈다.

“생각보다 상태 괜찮은데.”


도윤이 고개를 저었다.

“겉만 그렇겠지.”


지우가 장비의 전원 패널을 열었다.

“전력 연결부터 확인할게.”


이준은 기존 시추공 앞에 쪼그려 앉았다.

시추공의 지름은 약 30센티미터.

내부는 어두워서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민수가 장치를 연결했다.

잠시 후 모니터에 수치가 나타났다.

“깊이 10.2미터.”


도윤이 물었다.

“붕괴는?”

“없어요.”

“내부 온도는?”

“지표면보다 0.7도 높아요.”


이준이 화면을 바라봤다.

“정상 범위네.”


그때 엘레나의 목소리가 통신 장치를 통해 들렸다.

“기존 시추공의 구조적 안정성은 양호합니다.”


이준이 대답했다.

“추가 시추 가능해?”

“가능합니다.”


민수가 대답했다.

잠시 후 엘레나가 덧붙였다.

“기존 시추 장비는 현재 기준으로 노후화된 상태입니다.”


도윤이 웃었다.

“역시 그냥 쓰게 두진 않네.”


이준이 장비를 바라봤다.

“그래서 우리가 온 거잖아.”


곧바로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 장비를 점검하고 새로운 시추 모듈을 연결했다.

전원 공급 장치를 확인하고 냉각 시스템을 가동했다.

시추공 내부를 촬영할 수 있는 소형 탐사기도 함께 준비했다.


강도윤은 주변 지형을 다시 확인했다.

“바람 조금 세지는데.”


지우가 기상 센서를 확인했다.

“10분 정도면 안정될 거야.”

“그럼 그 전에 시작하자.”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추 시작.”


시추 장비가 작동했다.

낮고 묵직한 진동이 지표면을 타고 퍼졌다.

회전하는 드릴 끝부분이 천천히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0.1미터.

0.3미터.

0.5미터.


화면에는 암석층의 분석 결과가 실시간으로 표시됐다.

도윤이 모니터를 바라봤다.

“현무암 계열.”

“밀도 정상.”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시추는 계속됐다.

1미터.

2미터.

3미터.


화성의 지하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지표면 아래에는 예상했던 것처럼 여러 겹의 암석층이 존재했다.


엘레나는 계속해서 데이터를 분석했다.

“현재까지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이준이 대답했다.

“좋아. 계속 진행해.”


시간이 흘렀다.

태양의 위치가 조금씩 변했다.

시추 장비의 진동은 일정하게 유지됐다.


0.1미터씩.


강도윤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이 속도면 꽤 오래 걸리겠는데.”


지우가 말했다.

“원래 시추가 그런 거잖아.”

“그래도 화성까지 와서 드릴만 보고 있으니까 좀 심심한데.”


이준이 웃었다.

“원래 탐사는 기다리는 시간이 더 길어.”


그때였다.


시추 장비의 회전 속도가 아주 미세하게 변했다.

지우가 고개를 들었다.

“잠깐.”


모니터의 수치가 흔들렸다.

도윤이 다가왔다.

“뭐야?”


민수가 데이터를 확대했다.

“압력이 조금 떨어졌어요.”


이준이 물었다.

“얼마나?”

“평균보다 4퍼센트.”


엘레나가 바로 대답했다.

“시추공 하부의 암석 밀도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준이 화면을 바라봤다.

“공동? 뭔가 비어있는 공간이 있다는 거야?”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도윤이 말했다.

“용암동굴일 수도 있겠네.”


이준은 잠시 생각했다.

“일단 시추 속도 낮춰.”


민수가 장비를 조작했다.

드릴의 회전 속도가 천천히 감소했다.

그리고 다시.

조용한 진동이 이어졌다.


잠시후


시추 장비의 진동이 멈췄다.

모두가 동시에 화면을 바라봤다.


민수가 말했다.

“정지했어요.”


이준이 물었다.

“암석층 변화?”


민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닌거 같아요.”


그녀는 모니터를 다시 확인했다.

“드릴이 더 이상 저항을 받고 있지 않아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도윤이 물었다.

“무슨 뜻이야?”


지우가 대답했다.

“아래가 비어 있는 것 같아.”


이준은 시추공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탐사기를 더 내려보자.”


민수가 시추 장비를 멈춘 채 새로운 장비를 꺼냈다.


도윤이 그것을 바라봤다.

“탐사 프로브?”

“네.”


민수가 장비를 들어 올렸다.

“시추공 내부를 확인하는 용도입니다.”


이준이 물었다.

“기존 장비랑 같은 거 아니야?”

“기본 원리는 같지만 이건 최신형이죠.”


민수는 프로브의 외형을 설명하듯 가리켰다.

“단순히 영상을 찍는 장비가 아니에요.”


그녀는 모니터를 켰다.

“고해상도 영상 센서하고 3차원 공간 스캐너가 들어 있고, 암석 성분도 현장에서 분석할 수 있어요.”


도윤이 물었다.

“전자기 신호도?”

“탐지 가능해요.”

“온도와 압력?”

“당연하죠.”


민수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미세한 에너지 변화나 생체 관련 신호도 감지할 수 있어요.”


지우가 민수를 바라봤다.

“그 작은 장치 안에 기능이 다 들어가?”


민수가 웃었다.

“요즘 이 정도는 기본이죠.”


이준이 프로브와 민수를 바라봤다.

“엘레나에게 바로 연결되지?”

“그럼요, 실시간으로 전송됩니다!”


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려보자.”


민수가 탐사 프로브를 시추공에 연결했다.

프로브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센서 데이터가 아르테미스 중앙관제실로 전송됐다.


엘레나는 탐사 프로브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프로브가 공동에 진입합니다.”


이준이 모니터를 바라봤다.

화면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프로브가 5미터를 지나자 화면에 새로운 데이터가 나타났다.

민수의 표정이 굳었다.

“잠깐만요.”


이준이 다가갔다.

“뭐가 나왔어?”


민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모니터 화면을 확대했다.

희미한 영상이 나타났다.


어둠.


그리고 시추공 아래의 공간이 3차원 영상으로 나타났다.


도윤이 낮게 말했다.

“동굴인가?”


엘레나가 분석을 시작했다.


몇 초가 지났다.

“공동의 규모를 계산하고 있습니다.”


화면에 수치가 올라왔다.

예상보다 훨씬 큰 공간이었다.


이준이 물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동굴일 가능성은요?”


엘레나가 대답했다.

“현재 데이터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화면이 흔들렸다.

잠시 후.


프로브의 조명이 어둠 속 무언가를 비췄다.

처음에는 암석처럼 보였다.

하지만 프로브가 조금 더 내려가자 그 형태가 선명해졌다.

직선이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또 하나의 직선이 나타났다.


지우가 숨을 멈췄다.

“저거…”


이준이 화면을 바라봤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반듯했다.


도윤의 표정이 굳었다.

“이거 어제 본 그 구조랑 비슷한데.”

이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엘레나의 분석이 시작됐다.

“구조 분석 중입니다.”


잠시후.

엘레나가 말했다.

“현재 구조의 재질과 형성 과정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기다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평소보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엘레나가 말했다.

“분석 결과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현재 데이터만으로는 해당 구조를 자연 지질 구조로 분류할 수 없습니다.”


이준은 아무 말 없이 화면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

무언가가 있었다.




3장 No matter where(어디에도) 끝

4장으로 이어집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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