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소설]푸른요람 2부 지하도시

2장- 시작 (OST. 가호)





아르테미스 돔의 아침은 우주정거장에서의 생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생활 구역의 조명이 서서히 밝아졌다.

천장에 설치된 조명이 새벽의 밝기를 흉내 내며 조금씩 밝아졌고,

벽면 패널 모니터에서 낮은 안내음이 흘러나왔다.


"아르테미스 기지 현지 시간 06시 30분입니다."

"외부 기상 상태는 안정적입니다."

"오늘 예정된 외부 활동은 09시부터 시작됩니다."

한이준은 눈을 떴다.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

낯선 천장이었다.


지구에서라면 익숙했을 방의 구조도, 벽을 통해 느껴지는 진동도 달랐다.

그는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이 이상하게 가벼웠다.


화성의 중력은 지구의 약 88퍼센트.

몇 번이나 훈련했던 수치였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느낌은 전혀 달랐다.

한이준은 바닥에 발을 내디뎠다.


한 걸음.

그리고 두 번째 걸음.

몸이 생각보다 조금 더 앞으로 움직였다.


"적응하는 데 시간 좀 걸리겠네."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고 세면대로 향했다.

간단한 세면을 마친 뒤 생활 구역을 나섰다.


복도를 따라 걷자 식당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였다.

아르테미스 기지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벽면의 모니터에는 기지 내부의 산소 농도와 온도, 습도, 전력량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테라포밍 시설의 상태도 함께 표시됐다.


대기 조절 장치.

수분 회수 시스템.

토양 처리 시설.

그리고 돔 외부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설비.

화성의 아침은 붉은색이었다.

투명한 돔 너머로 희미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지구보다 약한 빛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빛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한이준은 식당으로 들어갔다.

강도윤과 지우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도윤이 이준을 보자 손을 들어 올렸다.

"여기."


이준이 맞은편에 앉았다.

"둘 다 일찍 일어났네."


지우가 식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잠이 안 오더라."

"왜?"

"화성에서 자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서."


도윤이 웃었다.

"나는 잠 잘 오던데."

"넌 어디서든 잘 자잖아."

"그건 인정."


이준은 식판을 바라봤다.


압축 단백질과 배양 곡물, 그리고 작은 접시에 담긴 채소가 전부였다.


지우가 채소를 젓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이거 온실에서 키운 거야?"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맛은?"

"먹어봐."


지우가 입에 넣었다.

잠시 씹었다.

그리고 말했다.

"음."


이준이 물었다.

"왜."

"지구에서 먹던 것보다 비싼 맛이야."


도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맞네."


아르테미스 돔의 식량 대부분은 지구에서 운송된 것이거나 기지 내부에서 가공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채소는 화성의 환경에서 직접 재배되고 있었다.

아직 규모가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작은 온실에서는 푸른 잎들이 자라고 있었다.

화성에서 살아가기 위한 첫 번째 시도였다.


지우가 식사를 하다 말고 목을 만졌다.

"이거 아직도 가끔 신경 쓰인다."


도윤이 그를 바라봤다.

"뭐가?"


지우가 귀 뒤쪽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눌렀다.

"통역 임플란트."

이준이 웃었다.

"아직도?"

"처음 이식했을 때는 말할 때마다 내가 뭘 잘못 듣고 있는 줄 알았잖아."


도윤이 말했다.

"우주선 안에서는 신경도 안 쓰였잖아."

"거긴 전부 같은 언어 쓰니까 그렇지."


지우가 말했다.

"여기서는 혹시 모르잖아."


이준은 지우의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통역 임플란트는 우주 탐사 인력에게 기본적으로 이식되는 장치였다.

지구에서 출발하기 전에 귀 뒤쪽 피부 아래에 삽입되는 소형 장치로, 사용자의 음성과 상대방의 언어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변환했다.


별도의 휴대 장치가 필요하지 않았다.

우주선 내부에서 지구 관제센터와 통신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했다.

아르테미스 기지에 도착한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통역 임플란트의 언어 데이터베이스는 기지의 통신망과 연결되어 있었고, 승인된 언어 데이터는 필요에 따라 업데이트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한계가 있었다.

현재 등록된 언어는 인류가 사용하는 언어뿐이었다.


이준이 말했다.

"그래도 계속 업데이트는 받고 있지?"


엘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습니다."


세 사람이 깜짝 놀란 듯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엘레나가 다가왔다.

"통역 임플란트의 언어 데이터베이스는 아르테미스 기지의 통신망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준이 물었다.

"새로운 언어가 추가되면 자동으로 받을 수 있나요?"

"승인된 언어 데이터에 한해서 가능합니다."


지우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럼 외계 언어도?"


잠시 정적이 흘렀다.

엘레나가 대답했다.

"현재 데이터베이스에는 외계 언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도윤이 피식 웃었다.

"당연한 걸 물어보냐."


지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화성까지 왔는데 혹시 모르지."


이준도 웃었다.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자."


식사가 끝난 뒤 탐사팀은 장비실로 이동했다.

화성에서 장비 하나의 이상은 단순한 불편함으로 끝나지 않았다.

산소 공급 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몇 분 안에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었다.

대원들은 각자의 보호복을 꺼냈다.


두꺼운 외피와 관절 보호 장치.

산소 공급 모듈.

열 조절 장치.

헬멧 통신 시스템.

그리고 생명유지 장치.


한이준은 자신의 보호복을 살폈다.

외부 센서.

통신 장치.

온도 조절 장치.

비상 산소.

모두 정상으로 표시됐다.


도윤은 한쪽에서 탐사 차량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차량 배터리 98퍼센트."


도윤이 이어 말했다.

"예비 전원도 문제없어."


한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때 엘레나가 말했다.

"한이준 대원."

"네."

"어제 우주선에서 확인한 선형 구조에 대한 분석 결과가 갱신되었습니다."


한이준이 고개를 들었다.

장비실 중앙 화면에 화성 지표면의 위성 영상이 나타났다.


붉은 평원.

그리고 그 위를 길게 가로지르는 두 개의 선.

어제보다 훨씬 선명했다.


이준이 화면 앞으로 다가갔다.

"결과가 어떻게 됐습니까?"


엘레나가 대답했다.

"두 선형 구조의 평균 폭은 4.2미터입니다."


화면에 수치가 표시됐다.

"두 구조물 사이의 평균 간격은 6.8미터입니다."


지우가 화면을 바라봤다.

"폭도 같고 간격도 같네."

도윤이 말했다.

"그래도 자연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거 아니야?"


엘레나가 대답했다.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이준이 물었다.

"얼마나?"


잠시 정적이 흘렀다.

"현재 데이터만으로는 정확한 확률을 산출할 수 없습니다."


이준이 눈썹을 올렸다.


두 개의 선은 지형의 굴곡을 따라가지 않았다.

바위와 작은 능선을 지나면서도 일정한 방향을 유지하고 있었다.


도윤이 말했다.

"저건 확실히 이상한데."


지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곧아."


한이준이 물었다.

"저 두 구조의 끝은 어디죠?"


화면이 확대됐다.

두 선형 구조는 남동쪽 방향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먼지와 지형에 가려져 정확한 끝은 확인되지 않았다.


엘레나가 말했다.

"현재 관측 가능한 범위에서는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준이 잠시 생각했다.

"직접 가서 확인하자."


엘레나가 바로 대답했다.

"권장하지 않습니다."


도윤이 이준을 바라봤다.

"역시."


이준이 물었다.

"이유는?"

"해당 지역의 지질 안정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위험하다는 겁니까?"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엘레나는 잠시 멈췄다.

"그렇기 때문에 추가 조사가 필요합니다."


이준이 피식 웃었다.

"그럼 제가 가서 조사하면 되겠네요."

"탐사 허가가 필요합니다."


“이준아..지금은 일단 목표 지점 시추가 더 중요하니까..”

도윤이 말했다.


지우도 거들었다.

“맞아.”


이준은 체념하듯 입을 다물었다.

“그래. 일단은 목표 지점 시추가 더 중요하니까 나중에 이야기하지.”


다음날 아침.

아르테미스 북부 지역.

탐사 차량은 붉은 평원을 가로질러 천천히 이동했다.

차량 앞쪽의 지형 스캐너가 실시간으로 지표면을 분석했다.

낮은 능선과 바위 지대가 반복됐지만, 특별한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도윤이 운전석에서 전방을 바라봤다.

“목표 지점까지 2킬로미터.”


이준이 옆자리의 화면을 확인했다.

“기존 시추 기록 다시 띄워줘.”


지우가 자료를 불러왔다.

화면에 과거 탐사 기록이 나타났다.

아르테미스 북부 지질 조사 구역.

기존 탐사팀은 이미 이곳에서 시추 작업을 진행한 상태였다.


시추 깊이.

10.1미터.

그 아래로는 작업이 중단되어 있었다.


강도윤이 기록을 살폈다.

“10미터까지 파놓고 끝났네.”

“응.”


도윤이 화면을 넘겼다.

“지질층은 정상으로 기록돼 있어.”


지우가 물었다.

“왜 중단했는데?”


오민수가 기록의 마지막 부분을 확인했다.

“장비 문제. 그리고 당시에는 우선순위가 낮았다고 되어 있네요.”


강도윤이 피식 웃었다.

“우선순위 낮았던 곳을 우리가 다시 파는 거네.”


탐사 차량이 속도를 줄였다.

앞쪽으로 낮은 금속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 탐사팀이 설치해 놓은 시추 장비였다.

오랜 시간 붉은 먼지를 뒤집어쓴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도윤이 차량을 멈췄다.

“자, 도착했습니다.”


대원들이 창밖을 바라봤다.

한이준은 잠시 아무 말 없이 오래된 시추 장비를 바라봤다.

누군가 이미 이곳에 와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10미터 아래까지 땅을 파고 내려갔다.

하지만 그 아직 어떤 성과가 없었다.


이준이 안전벨트를 풀었다.

“내리자.”


탐사 차량의 후방 해치가 열렸다.

붉은 먼지가 바람을 타고 천천히 흩어졌다.




2장 끝

3장으로 이어집니다.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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