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 아무도 모른다
탐사선이 우주정거장에서 완전히 분리된 뒤에도 모두 한동안 말을 잃었다.
창밖의 정거장이 천천히 멀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거대한 구조물 전체가 보였다.
회전축을 중심으로 이어진 원형 생활구역.
외곽에 붙은 태양광 패널.
화물 모듈.
수없이 교체된 외벽.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연결하고 있는 기다란 금속 구조물.
긴 시간 인간의 생활을 버텨온 우주정거장이었다.
탐사선이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자 정거장은 빠르게 작아졌다.
몇 분 뒤에는 창밖에 떠 있는 작은 점처럼 보였다.
강준호가 말했다.
“정거장과의 거리 4킬로미터.”
오민수가 계기판을 확인했다.
“5킬로미터입니다.”
“벌써?”
“상대 속도 올라가고 있으니까요.”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강준호는 조종석 앞의 화면을 바라봤다.
정거장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화면에서 자동 추적 모드가 종료됐다.
이제 탐사선은 혼자였다.
이준이 말했다.
“화성까지 1개월.”
강도윤이 뒤에서 대답했다.
“길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짧아.”
“예전에는?”
“궤도 창 안 좋을 때는 왕복 3개월 넘게 걸렸어.”
오민수가 말했다.
“이번에는 1개월.”
“그래.”
“그럼 3개월 동안 감자 먹었던 거야?”
이준이 고개를 돌렸다.
“왜 자꾸 감자 얘기해?”
“쟤가 가져왔잖아요.”
“그거 또 가져왔냐?”
오민수가 자랑스럽게 금속 용기를 들어 보였다.
“진공 보관.”
서지우가 말했다.
“근데 냉동 감자잖아.”
“그래도 감자예요.”
한이준이 웃었다.
“화성 도착하면 제일 먼저 뭐 할 건데?”
오민수가 대답했다.
“감자 심을 거에요.”
강도윤이 말했다.
“난 땅 안 파고 싶다.”
“선배가 지질공학자잖아요.”
“그래서.”
“땅 파야죠.”
“아, 나는 이번에는 깊게 안 내려가고 싶어.”
한이준이 그 말을 듣고 웃었다.
하지만 강도윤은 웃지 않았다.
“12.8킬로미터면 꽤 깊어.”
“그 정도는 해야 뭐라도 나오지.”
“뭐가 나오길 바라는데?”
한이준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창밖을 바라봤다.
화성은 아직 멀리 있었다.
붉은 점 하나.
출발 후 18시간.
탐사선은 지구 궤도를 벗어나 화성 전이 궤도에 진입하고 있었다.
선내의 시간은 지구 표준시를 따랐다.
벽면의 작은 디스플레이에는 두 개의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지구 표준시 03:17
그리고 그 아래.
항해 경과 시간 18:42:11
탐사선 내부는 조용했다.
한이준은 관측창 앞에 앉아 있었다.
지구가 멀어지고 있었다.
푸른색이었다.
너무 작아서 손가락 끝으로 가릴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 색만큼은 선명했다.
서지우가 맞은편에 떠 있는 채 단말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아직 보고 있어?”
한이준이 물었다.
“뭘?”
“지구.”
“너도 보고 있잖아.”
“나는 고고학자라서.”
“그럼 나는?”
“환경학자.”
서지우가 창밖을 바라봤다.
“그래서 더 봐야지.”
잠시 뒤 지구의 일부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서지우가 말했다.
“생각보다 빨리 멀어진다.”
“응.”
“우리가 저기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 실감나?”
한이준은 잠시 생각했다.
“아직은.”
그때 선내 스피커에서 짧은 알림음이 울렸다.
삐.
두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뭐야?”
서지우가 단말기를 확인했다.
“태양풍 경보.”
“위험해?”
“아니.”
그녀가 데이터를 확대했다.
“약한 플레어야.”
잠시 후 오민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통신팀에서 확인 중입니다.”
강준호가 조종석에서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차폐 모드 들어갈까?”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서지우가 대답했다.
“예상 범위 안이야.”
알림음이 다시 울렸다.
이번에는 조금 길었다.
삐이익.
오민수가 말했다.
“잠깐만요.”
“왜?”
“통신 지연값이 이상한데요.”
준호가 물었다.
“얼마나?”
“평소보다 0.7초 길어요.”
“그 정도면 오차 아니야?”
“그럴 수도 있고요.”
오민수가 계기판을 두드렸다.
“다시 측정할게요.”
잠시 후.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준호가 웃었다.
“봐. 별거 아니잖아.”
“아, 네네.”
오민수도 웃었다.
“별거 아니야.”
그 누구도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사흘째.
탐사선은 지구와 화성 사이를 조용히 지나고 있었다.
선내의 생활은 빠르게 일상으로 변했다.
아침 식사.
운동.
임무 점검.
개인 연구.
식사.
수면.
그리고 다시 반복.
1개월이라는 시간은 한꺼번에 생각하면 길었지만, 하루 단위로 나누면 의외로 빠르게 흘러갔다.
한이준은 자신의 연구실에서 화성 지표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었다.
화성의 북반구.
아르테미스 계곡.
이번 시추 구역이다.
그는 지형 데이터를 확대했다.
12년 동안 수없이 바뀐 지역이었다.
대기 처리 시설이 설치되고, 얼음 채굴 장비가 들어섰으며,
일부 지역에는 인공적으로 온도를 높이는 시설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깊은 지하만큼은 인간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았다.
한이준은 시추 예정 지점을 확대했다.
12.8킬로미터.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때 화면 한쪽에서 작은 숫자가 깜빡였다.
지하 온도 예측값
한이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수치가 이상했다.
다시 확인했다.
같았다.
그는 서지우에게 통신을 연결했다.
“지우야.”
“왜?”
“지하 온도 데이터 봤어?”
잠시 침묵.
“봤어.”
“이상하지?”
“응.”
“얼마나?”
“지금 계산 중이야.”
한이준은 화면을 바라봤다.
수치는 거의 변하지 않고 있었다.
깊이가 깊어져도.
온도가 올라가야 할 구간에서도.
마치 누군가가 정해놓은 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일정했다.
서지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준아.”
“응.”
“이건 나중에 직접 확인해야 할 것 같아.”
한이준이 화면을 바라봤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통신이 끊겼다.
한이준은 다시 데이터를 확대했다.
그 순간 화면의 숫자가 한 번 깜빡였다.
그리고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그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아무 일도 없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한이준은 기록을 저장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