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K대출신 개발자 한수(2)
최소한 30억을 벌어야 했다.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서는.
“월 배당금 300만원정도 들어오려면...
10억을 배당주에 넣어둬야 하고...
남은 돈으로 집도 사야 하는데..“
한참 부족했다.
몇 번을 계산기를 두드려봐도 부족했다. 이건 계산을 더 해본다고 해결이 되는 수학문제가 아니었다. 로또로도 풀 수 없는 난제였다.
당장 한수의 수중에 있는 투자자금은 1억.
적지도 많지도 않은 씨드였다.
1억을 대체 어디에 두어야 빠르게 불어날까.
부동산? 주식? 채권?
선택지는 많은데 정답을 모르겠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지원이가 팔로우하는 50만 재테크 유투버, ‘김사토시’의 라이브 방송을 bgm마냥 틀어 본다.
이때 한수의 귀에 한 마디가 꽂혔다.
그래. 1억으로 30억을 버는 건 너무 오래 걸린다.
안다. 빚내서 투자하는 건 안된다는 걸.
하지만 집은? 다들 빚내서 사지 않는가.
1억으로 50%를 벌면 5천만원이지만 2억이면 무려 1억이다. 단위가 다르다.
수익률은 같아도 결과는 달랐다. 커진 목표만큼 한수의 야망도 조금씩 몸집을 키워갔다.
30년 동안 안전한 포장도로만 걸어왔던 한수에게 빚투라니.. 낯설었다. 아니, 조금 무서웠다.
머리는 맹렬하게 ‘가즈아!’를 외치지만 심장은 아직 출발선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한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본가에 벽마다 걸려있던 상장들을 떠올렸다. 서울시 백일장, 교내 체육대회, 올림픽 수학경시, 카이스트 과학경시. 종목도 참 다양했다.
이제 마지막 도전 종목이 남았다.
투자와 재테크.
이번에도 한수는 해낼 수 있을까?
공부하면 된다. 입시마다 항상 1등이었으니(아, 수능은 빼고). 파고들면 결국 잘 됐었다.
투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파고들면, 언젠가는 길이 보일 것이다.
자, 계획은 세워졌다.
그리고 한수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은행이 아니라 도서관이었다.
모든 입시에는 시험범위와 참고서가 있기 마련.
투자에도 마찬가지일까?
아니었다. 투자라는 과목은 모든 게 막연했다.
부동산, 코인, 주식. 종목마다 강사도 학원도 넘쳐났지만 정작 ‘교과서’가 없었다.
마치 출제위원이 없는 시험을 준비하는 입시 시장 같았다. 이렇게 깜깜한 시험은.. 한수도 처음이다. 일단 도서관에 ‘ㅌ~ㅎ’ 코너로 향해본다.
‘투자 쌩초보도 떡상하는 법칙‘
‘나는 빌라 한 채로 빌딩 10개를 샀다‘
이렇게 노골적인 제목은 영 별로다. 일확천금을 바라는 마음은 같아도 이렇게 자극적인 문구는 명색이 전교 1등과 어울리지 않았다.
어라, 이 바카라은 마치 투자계의 ‘수학의 정석’과 같은 느낌이다. 워런버핏 정도라면 살아있는 교과서나 다름없다.
목차를 먼저 펼쳐보는데.
‘투자 기초 상식, PER, ROE’*.
그래, 이런 기초적인 용어부터 파악해야겠다.
*PER: , ROE: 주가수익비율, 자기자본이익률
어느덧 오후 6시.
반나절이 지나니 슬슬 감이 잡힌다. 깜깜하던 주식시장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신신제약이 폭등했던 이유가.. PER이 8 수준으로 저평가되어 있다가 임상 2상 결과가 좋아서였구나.“
아니, 이렇게 재무제표로 기업 가치를 판단하면 되는 거였어? 채무랑 영업이익률.. PER, ROE 수치까지 싹 다 나와 있잖아?
숫자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던 한수는 어느덧 30억에 성큼 다가가고 있는 듯했다.
12년 만이었다.
한수는 마치 수능을 치르기 한 달 전처럼 파고들고 또 파고들었다.
한수의 아내는 수험생 챙기는 엄마처럼 매일같이 한수 바카라상에 과일접시를 가져다주었다. 그녀의 소리 없는 응원이 한수의 마음을 가장 크게 울렸다.
파이어족을 꿈꾸게 계기도 바로 아내였다.
투자에 성공해서 어떤 형태든 부족함 없이 그녀의 모든 걸 채워주고 싶었고, 지금 한수는 그 출발선에 서있다.
공부를 다 마치고서야 은행을 찾아갔다.
모든 게 순차적으로 착착 이뤄지고 있었다. 은행에서만큼은 파이어족보다 온라인 게임인 빽이 더 세다. 든든한 회사를 보증 삼아 신용대출을 영끌하여 씨드를 3배 가까이 키웠다.
은행에서 나오니 마치 자신이 월가의 트레이더가 된 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한수의 파이어족 프로젝트는 50일 만에 총알을 장전했다.
SY바이오 500주
에코프로테크 1000주
이더리움 200개
예약매수를 누른다.
자, 오늘만큼은 편하게 자자.
내일 만날 빨간 양봉을 꿈에 그리면서..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