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을 정리하다 보면 다양한 물건들이 나온다.
오래된 사진, 잊고 있던 편지, 그리고 자격증.
하나씩 꺼내 놓고 보니 자격증이 제법 많다.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이 공부했지?
국어교육, 보육, 한국어교육, 평생교육, 슬롯복지, 부모교육, 진로교육, 학교폭력 예방교육, 인성교육, 요리심리, 프레디저, MBTI, 청소년지도, 안전교육 등등등.
아이고, 참!
적고 보니 참 많이도 공부했다.
공부할 때마다 시험도 보고, 과제도 제출하고, 실습도 하고, 자격증도 받았다.
우와~ 우리 오빠(남편)가 공부 참 많이 시켜 주었네요.
재미있게 배우고 자격증까지 받으면 뿌듯했다.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증거 같았으니까.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다.
이 자격증들은 나를 얼마나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처음부터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좋아해서 보육교사 자격을 받는 공부룬 했고, 누군가에게 우리말을 알려주고 싶어 한국어교육을 공부했다.
사람을 이해하고 돕고 싶어 슬롯복지를 배우고,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도록 돕고 싶어 진로교육과 청소년지도도 공부했다.
그러다 보니 자격증이 하나둘 늘어났다.
그렇지만 자격증이 늘어나는 만큼
내가 꼭 무언가를 더 잘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저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자격증이 있다고, 또 많다고 해서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진 것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자꾸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게 했다.
실제로 배운 대로 되지 않는 순간도 많았다.
가르쳐 주면서 비로소 알게 되는 것도 많았다.
공부할 때는 정답을 배웠지만, 그 정답을 누군가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데는 또 다른 연습이 필요했다.
자격증을 받았다고 공부가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부터 진짜 공부가 시작되는 것 같았다.
가끔 누군가 나에게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잠시 고민하게 된다.
선생님이라고 해야 할까?
강사라고 해야 할까?
작가 지망생이라고 해야 할까?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자격증을 받던 날만은 아니었다.
함께 공부한 사람들과 스터디를 하며 수업을 기획하고 실행했던 순간.
내가 준비한 수업을 듣고 누군가 환하게 웃던 순간.
자신은 아무것도 잘하는 것이 없다고 말하던 아이가 좋아하는 일을 하나 발견하며 기뻐하던 순간.
어렵게 느껴졌던 것을 이해하고 누군가에게 다시 설명해 주던 순간.
그런 순간들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또 하나.
자격증이 늘어나는 만큼 아는 사람도 많아졌다.
같은 것을 좋아하고, 비슷한 것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만났다.
함께 배우고, 고민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즐거움도 컸다.
공부를 시작할 때는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는데, 공부를 마칠 때쯤에는 함께할 사람들이 생겨 있었다.
그러고 보니 자격증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그때 만난 사람들과 함께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
자격증은 내가 무엇을 공부했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그 공부를 왜 시작했는지, 누구를 만나 어떤 마음을 나누었는지까지 말해 주지는 못한다.
그러고 보니 자격증은 나를 증명하는 답안지가 아니라, 내가 지나온 길에 남겨진 작은 이정표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것은 새로운 길을 시작할 용기가 되어 주었고, 어떤 것은 누군가를 만날 기회를 열어 주었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자격증이 필요할까?
필요한 공부가 있다면 또 해야지!
아이고, 참^^
하지만 이제는 자격증 하나를 더 갖는 것보다 그 배움을 배우고 싶은 이유를 먼저 찾고, 또 그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먼저 갖고 싶다.
그리고, 내가 배운 것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된다면 더 기쁠 것 같다.
비단, 자격증이 너를 증명해 줄까?
내가 무엇을 공부했는지는 증명해 주겠지.
하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자격증은 종이에 남기고, 나는 삶으로 보여줘야지!
*오늘의 물음표?
내가 가진 자격과 이력을 모두 내려놓으면, 나를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내일의 느낌표!
(진정성) 내가 배운 것의 가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때 더욱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