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나란? - 나는 작가지망생

by비단

나는 작가지망생이다.

그것도 만년 작가 지망생.

언제부터였을까.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바카라 읽기와 글짓기를 좋아했다.

매일매일 일기를 썼다. 일기장 아래쪽에는 선생님께서 써 주신 ‘참 훌륭한 일기군요’라는 말씀이나 ‘참 잘했어요’ 도장이 찍혀 있었다.

교내 백일장이 열리면 글을 썼고, 방학 숙제를 제출하면 글짓기 상을 받기도 했다.

중학교 1학년 생일에는 외삼촌이 바카라을 좋아하는 나에게 생일 선물로 시집을 선물해 주셨다. 세계의 명시, 우리의 명시 100선. 그 바카라들을 얼마나 좋아했는지는 기억한다.

바카라이 닳도록 읽었다. 마음에 드는 시는 몇 번이고 다시 읽었고, 여러 편을 외우기도 했다.

실은 얼마 전까지도 가지고 있었는데... 마지막 이사 때 분실되어 중고바카라방에 갈 때마다 찾아보곤 한다.

고등학생 때도 바카라을 좋아하는 나에게 누군가는 문학소녀라고 불렀다.

시집을 읽는 것도 좋았고, 시를 쓰는 것도 좋았다. 교내 백일장에서 내가 쓴 시가 당선되어 학교 문집에 실리기도 했다.

여러 번의 수상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스무 살에는 아무도 모르게 신춘문예에 도전했다.

원고를 준비하면서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어 준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원고를 보내던 날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혹시라도 잘못 적었을까 봐 주소를 몇 번이나 고쳐 썼다.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원고를 보내는 일도 떨렸다.

어디에 어떤 작품을 보냈는지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얼마 뒤 우편으로 바카라을 비롯한 기념 선물이 도착했던 기억.

지금 생각해 보면 참가상이랄까 기념품 같은 것이었을 텐데... 그때 선물로 받은 바카라들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오랫동안 아끼고 간직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참가 기념품이었을지 모르지만, 스무 살의 내게는 조금 특별한 선물이었다.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내가 쓴 글을 세상에 내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렇게 좋았나 보다.

그렇게 글을 좋아하던 스무 살은 글을 잊은 어른이 되었다.

학생이었고, 강의하는 사람이 되었고, 아내가 되었고,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시 동아리에 나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육아를 핑계로, 아니 어쩌면 자신 없음을 육아 탓으로 돌리며 동인지에 한 번쯤 참여하고는 다시 손을 놓았다.

그렇다고 글쓰기를 아주 놓아버린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마을신문을 통해 꾸준히 글을 쓰고 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록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는 일도 참 좋다.

그런데 뭔가 아쉽다.

분명 글을 쓰고 있는데, 여전히 글을 쓰고 싶다.

작가지망생.png

글을 쓰면서도 글이 쓰고 싶다니.

아마도 내 안에는 아직 쓰지 못한 글들이 있나 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하는 글도 좋지만, 내가 보고 느끼고 상상하는 세상을 나만의 언어로 그려 보고 싶은 마음.

시가 될 수도 있고, 소설이 될 수도 있고, 이름 붙이기 어려운 어떤 글이 될 수도 있겠다.

언젠가부터 나는 농담처럼 말하곤 했다.

“저, 창작자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였을까.

작년부터 다시 시 공부를 시작했다.

시인과 등단한 분들, 시를 공부하는 분들 서너 명이 오붓하게 모여 시집을 읽고 자작시를 나눈다.

다른 사람의 시를 읽다가 감탄하고, 내가 쓴 시를 꺼내 놓으려면 괜히 쑥스러워진다.

오래 좋아했지만 너무 어렵다.

작가... 내가 될 수 있을까.

그럴 만한 재능이 내게 있을까.

아직도 자신이 없다.

자존감왕인 내 자존감을 낮추는 그 이름.

그런데 말이다.

자신도 없으면서 그만두지는 못하겠다.

몇 번이나 멀어졌다가도 다시 돌아오고, 이제 그만할까 싶다가도 또 시집을 펼친다.

그러고 보니 참 오래된 마음이다.

어쩌면 나는 작가라는 이름보다 내가 그리고 싶은 글에 더 미련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스무 살의 내가 떠오른다.

원고를 보내던 날, 주소를 몇 번이나 고쳐 쓰며 두근거리던 그 마음.

지금도 그때의 설렘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말하고 보니 벌써 조금 설렌다.

오늘도 나는 작가 지망생이다.

비단, 너는 어떤 글을 쓰고 싶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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