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소개하는 데 딱 한 줄만 허락된다면, 무엇을 적어야 할까?
처음으로 공저에 참여했을 때였다.
원고를 쓰다 보니 작가 소개란이 있었다.
그것도 딱 한 줄로!
원고를 쓰는 것보다 나를 소개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마을신문 부편집장?
프리랜서 강사? 교육자? 엄마?
그동안 해온 일들을 하나씩 떠올려 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모두 내가 하는 일이었고, 나름 열심히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마음에 쏙 들지 않았다.
내가 하는 일은 설명할 수 있지만,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나를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오히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명함을 만들 때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이름 아래에 직함을 적고, 소속을 적고, 연락처를 적는다.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기 위해 만든 작은 종이 한 장.
그런데 정작 그 안에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꿈을 꾸는지는 적혀 있지 않았다.
물론 명함이 그런 것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서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곤 했다.
명함에도 내가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일을 적어 보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었다.
어릴 때는 장래희망을 적으라고 하면 신이 났다.
선생님도 되고 싶고, 의사 선생님도 되고 싶고, 카피라이터도 되고 싶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서는 나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생각해 보면 어른에게는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지,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잘 묻지 않는 것 같다.
어른이 되면 장래희망은 사라지는 걸까?
글쎄다!
나는 아직도 되고 싶은 것이 많은데.
다른 사람들도 마음속에 꺼내 보지 못한 꿈이 많지 않을까?
그렇다면 지금 내 장래희망은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하다가 마음속에 오래 품고 있던 이름 하나를 꺼냈다.
비단꿈학교 교장선생님.
학교도 없는데 교장선생님이라니!
그런데 이상하게 그 이름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렜다.
비단꿈학교.
비단처럼 고운 마음으로 사람들의 꿈을 응원하고 싶은 곳.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자신의 꿈을 마음껏 이야기할 수 있는 곳.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에게는 좋아하는 것을 함께 찾아보고,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망설이는 사람에게는 작은 용기를 건네는 곳.
그런 곳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내가 누군가의 꿈을 대신 찾아줄 수는 없다.
꿈은 결국 자기 안에서 발견하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 사람이 스스로 자신의 가능성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질문하고,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 줄 수는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나는 그런 순간이 참 좋았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신나게 들려줄 때.
무엇을 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일 때.
망설이던 사람이 작은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내디딜 때.
그 모습을 보면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
내가 무언가를 잘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이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가 소개에 이렇게 적었다.
고운 마음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고 싶은 꿈 많은 '비단꿈학교' 교장선생님.
다시 읽어 보니 웃음이 났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하는 문장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거짓말도 아니었다.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분명히 내가 품고 있는,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꿈이었으니까.
명함에 적힌 직함은 내가 지금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준다.
그런데 내가 직접 고른 이 이름표는 마음속에 품은 나의 꿈이자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알려주었다.
하나는 지금까지 살아온 나이고, 다른 하나는 앞으로 살아가고 싶은 나다.
어쩌면 그 한 줄을 쓰면서 내 꿈이 조금 더 선명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마음속에만 있던 꿈을 글자로 적어 놓으니, 정말 학교의 문을 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당장 학교 건물을 짓겠다는 것은 아니다.
학교도 없으면서 교장선생님이라는 이름을 먼저 붙인 것이 조금 거창하고 쑥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이름에 담긴 마음을 꼭 표현하고 싶었다.
생각해 보면 꼭 건물이 있어야 학교가 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와 꿈을 이야기하는 자리라면 어디든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실도, 어른들과 마주 앉은 작은 모임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그 안에서 서로의 꿈을 발견하고 응원할 수 있다면 비단꿈학교의 작은 교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들도 조금 다르게 보였다.
명함에 적힌 여러 직함이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삶을 향해 이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만날 때 무슨 일을 하는지뿐 아니라 어떤 꿈을 꾸는지도 물어보곤 했던 내 마음을 조금 더 잘 알 것 같았다.
어른이 되었다고 꿈까지 접어 둘 필요는 없으니까.
비단, 너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글쎄….
여전히 배우고 싶고,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고, 사람들과 함께 웃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의 꿈을 발견하는 순간에 함께하고 싶다.
언제쯤 비단꿈학교의 문을 열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이름에 담긴 마음만큼은 지금처럼 오래 간직하고 싶다.
아니, 어쩌면 이미 조금씩 그 꿈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장래희망이자 미래의 명함에 적고 싶은 이름은 '비단꿈학교 교장선생님'이다!
지금의 직함과 역할이 아닌 나의 꿈으로 나를 소개한다면, 어떤 이름표를 달고 싶은가?
(꿈과 정체성) 지금의 나를 설명하는 이름표보다 앞으로의 나를 꿈꾸게 하는 이름표가 더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