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받고 왔습니다. 아이는 좀 괜찮나요?"
현관문을 여니 경찰관 두 분이 서 계셨다. 경찰관의 물음에 참았던 분노가 다시 울컥 차올랐다. 수현이는 여전히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훌쩍이고 있었다. 내 곁에 앉혀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이자, 아이는 차츰 안정을 되찾아갔다.
"아까 상황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경찰관은 나와 수현이를 번갈아 보았다. 극도의 불안감으로 모든 신경이 곤두서 있는 수현이가 나의 분노와 불안정함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아주 조용히 심호흡을 한 후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오늘 오후 4시 40분경이었어요. 수현이한테 전화가 왔는데, 아이가 덜덜 떨면서 말을 제대로 못 하더라고요. 순간 '무슨 일이 생겼구나' 직감이 왔죠. 어디냐고, 엄마가 지금 간다고 하니 간신히 집 근처 놀이터를 지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수현이를 만나자마자 아이가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며 엉엉 울기 시작했어요."
"길을 막고 정확히 어떤 행동을 했나요?"
"바카라을 내밀면서 '나는 죄인이다'라는 구절을 강제로 읽으라고 위협했습니다. 아이가 무서워서 어쩔 줄 몰라하는데도 계속 카드를 들이대며 겁을 준 거예요. 그러면서 '죄인, 불, 아멘' 같은 말을 강제로 외치게 하며 붙잡아 둔 거죠."
경찰관은 수첩에 메모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현이가 정말 무서웠겠네요."
"아이가 울면서 전화하자마자 제가 바로 나갔습니다. 아이랑 같이 단지 안을 샅샅이 뒤져서 그 여자를 찾았어요. 제가 가서 따지니 처음엔 기억이 안 나는 척하더라고요. 아이가 이 아줌마 맞다고 하니 그제야 '아이가 가야 하는 줄 몰랐다'며 변명을 했고요. 몇 번을 말해도 듣지 않고 카드로 위협하지 않았냐고 물으니, 대답을 못한 채 마지못해 사과하더군요. 전혀 진심이 느껴지지 않았고, 본인의 행위에 대해서는 발뺌을 하여 제가 제대로 사과하라고 말했고요. 눈빛부터 심상치가 않은 데다 계속 헛소리를 하길래 저도 참다 참다 큰소리가 나갔어요. 옆에 있던 아이가 그 여자 눈을 다시 보자 그때의 기억이 몰려왔는지, 무섭다며 계속 집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기억나시는 인상착의가 있으신가요?"
"네. 50대 후반에서 60대로 보였고 키는 150cm대로 작은 편이었어요. 살집이 좀 있었고 챙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옷이나 다른 특이점은요?"
"옷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요."
"그때는 수현이가 너무 두려워하고 저도 경황이 없어서 그 여자가 도망치지 못하게 잡지는 못했어요. 그러고 집에 와서 아이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관리사무소에 가서 CCTV 열람을 신청하고, 아파트 카페에 내용 올린 뒤 경찰에 신고한 거예요."
"이건 그냥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종교 포교 활동이 아닙니다. 어린아이를 상대로 한 명백한 정서적 학대이자 위협이에요. 대낮에 유동 인구도 많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너무 충격적입니다. 매일 다니던 길에서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충격을 받은 상태예요."
"어머니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이가 받은 충격이 정말 컸겠네요. 말씀해 주신 인상착의와 발생 시각을 바탕으로 CCTV를 확인하고 단지 주변 순찰을 강화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엄마... 나 지옥 가는 거 아니지?"
수현이가 울먹인다. 경찰관 아저씨가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수현이 잘못은 하나도 없어. 가야 한다는 아이를 붙잡고 겁주며 억지로 시키는 건 범죄란다. 경찰 아저씨들이 열심히 수사할게. 그리고 수현아,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겠지만 혹시라도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꼭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고 112를 눌러. 그럼 수현이 위치로 경찰 아저씨들이 바로 출동할 거야. 알겠지?"
"수현이 오늘 정말 잘 대처했고 아주 잘했어.
절대 수현이 잘못 아니니까 그런 생각 하지 마."
"진짜야. 수현이 잘못은 하나도 없어."
두 분의 경찰관이 힘주어 이야기해 주셨다.
담당 경찰관과 대화를 나눌수록 또렷해진다.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낼 수 없다.
이 건,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모두가 돌아가고 소란하고 힘들었던 오늘 하루, 침대에 누우니 절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엄마, 고마워."
"무슨 소리야, 엄마는 수현이 지켜주는 수호천사야. 언제 어디서든 우리 예쁜 수현이 무조건 지켜줄 거야."
"엄마... 나 경찰관 되고 싶어졌어.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 구해주는 그런 경찰."
"그럼 우리 수현이는 뭐든지 할 수 있고 될 수 있지. 경찰도 진짜 잘 어울리는데?"
"나 오늘 경찰관 아저씨들한테 감동받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