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첫 기말고사, 울다가 먹다가 웃다가

by아름다움

새벽 5시 40분, 기말고사 주간인 서현이가 일어나는 시간이다.

아침을 차려주기 위해 나의 알람은 5시 30분에 맞춘다. 자식 일이라 그런지 아침잠 많은 나조차도 단번에 눈이 떠진다.

인생 처음으로 치렀던 지난 4월 중간고사에서 서현이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다. 성실히 노력한 덕도 있겠고, 이제 막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려 시험 난이도가 평이했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올백'을 맞은 아이들이 꽤 있을 만큼 어렵지 않은 시험이었다 해도, 스스로 계획을 짜서 공부한 아이가 기특하고 대견했다.



그리고 중간고사보다 훨씬 어렵다는 대망의 첫 기말고사가 D-20일 앞으로 다가왔다. 서현이는 전보다 훨씬 촘촘하게 일정을 짜더니 독서실로 향했다. 한 번은 5시간을 내리 독서실에 있던 날이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이웃 분이 공부하는 서현이를 보셨나 보다. 고등학생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며 칭찬을 건네셨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남편과 나는 대견하면서도 짠하고... 아이에게 참 고마웠다.





시험 첫날, 시험이 끝나자마자 서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워낙 톤 자체가 차분하고 말수가 적은 아이지만, 엄마인 나는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조금은 들뜨고 살짝 기쁜 목소리다.

"응 서현아."

"엄마, 시험 끝났어. 도덕은 잘 본 것 같고, 국어는 중간보다 못 봄."

"수고했어. 어여 와서 밥 먹어."

"응. 지금 가는 중."



기말고사 이튿날, 10시 50분이 지났는데도 서현이에게서 전화가 없다. 살짝 촉이 왔다.

집에 도착한 아이는 나를 보자 참고 있던 울음을 터뜨렸다. 평소 우는 일도 거의 없는데 온몸에 땀이 날 만큼 서럽게 울었다. 남들이 들으면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겠다는 생각이 살짝 스쳤다.(물론, 아이에게는 지금 제일 큰 일이긴 하지만.)


조금씩 진정이 되어 갔다.

"엄마...."

"응. 괜찮아. 속상해서 그렇지?"

"수학을 못 봤어. 다 아는 문제였는데 계산 실수했어."


내 품에 안겨 다시 흐느끼는 아이의 몸에서 속상함과 억울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남들이 보면 스카이 캐슬 찍는 줄 알겠네'라는 생각이 스쳐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고진 시련을 겪고 있는 아이에게 예의가 아닌 듯해 얼른 표정을 다듬었다. (엄마는 많은 걸 빠르게, 그리고 잘해야 한다.)


한참을 울고 나더니 슬슬 배가 고파졌나 보다.

"엄마, 나 라면 먹어도 돼?"

"응, 그럼. 먹고 싶은 거 다 먹어. 다른 것도 해 줘?"

"아니, 짜장라면 먹고 싶어."

"그래, 끓여줄까?"

"아니, 내가 할래."


냄비에 물을 올리고 라면을 끓여 계란 프라이를 반숙으로 부친다.



야무지고 깔끔하게 한 그릇을 비운다.

기분이 훨씬 나아진 듯 보인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련이 남는지 수학 시험 시간의 기억을 자꾸만 복기하며 자바카라했다.


"괜찮아. 누구나 실수하고 후회해. 대신 그 실수에서 배우고 나아가면 되는 거야. 공부 잘하는 언니, 오빠들도 다 똑같아. 다만 그 아이들은 후회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기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이미 지나간 일이고 절대 돌아오지 않아."

"응, 아는데 자꾸 후회가 돼."

"당연하지. 그렇지만 후회만 한다고 결과가 바뀌진 않잖아.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내일 시험 보는 과목에만 집중하자."

"알겠어. 내일은 무조건 잘 본다."

"당연하지. 우리 서현이는 할 수 있어."

"엄마, 나 내일은 더 일찍 일어날 건데 엄마 그냥 자. 나 혼자 일어날 수 있어."

"그럴 순 없지. 내일 하루 남았으니 엄마도 일찍 일어날게."


잠 많은 엄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까 봐 배려하는 속 깊은 아이를 보며 고마움이 밀려왔다. 아무리 내가 잠이 많기로서니, 이런 아이를 두고 어찌 새벽에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말고사 마지막 날.

며칠간 잠도 부족하고 신경도 많이 써서 그런지 컨디션이 평소와 다르다는 아이의 말에 내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타이레놀이라도 먹고 가라니, 약을 먹으면 졸릴까 봐 일단 시험을 치르고 병원에 가겠단다.

그리고 10시 50분, 서현이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엄마아~!"

"응, 서현아."

"오늘 시험 잘 봄. 친구들이랑 놀러 갈게!"

"그래, 재밌게 놀다 와."






이제 입시의 문턱에 겨우 들어선 중학교 1학년 아이를 지켜보니, 그 누구보다 아이 스스로가 제일 공부를 잘하고 싶어 한다는 게 보였다. 열심히 공부하고 집중하며 그만큼 스트레스도 따라올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를 믿고 안아주며 언제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걸 이번 시험을 통해 깨달았다.



어쨌든 기말 끝나니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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