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받고 온 것 같아

by아름다움

카톡이 왔다.

첫째 아이 친구 엄마로 알게 되어 이제는 다정한 동네 친구가 된 S였다.

그녀는 나와 헤어진 후 바카라을 읽다 내 생각이 났다며, 잊기 전에 말하고 싶어 연락했다고 했다. 평소에도 상대를 존중하고 스스로에게는 겸손한 성정을 가진 그녀였지만, 이날 보내온 카톡은 내게는 유독 의미 있는 칭찬이라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복직 후에는 근처에 살면서도 서로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몇 달 만에 보는 날이었기에 그녀의 이야기를 온전히 잘 듣고 싶었다. 나의 그런 마음이 S에게도 닿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KakaoTalk_20260626_070009323.jpg


카지노톡 메시지처럼, 나를 만나고 나면 상담 선생님을 만난 것처럼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그녀의 말. 다양한 경험과 다독을 통한 내공이 있어 '상담계의 인플루언서' 같다는 과분하고도 달콤한 칭찬이 며칠 동안 내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어 주었다.

단어의 힘, 말의 힘은 역시 크다.






그로부터 며칠 후, 오랜만에 중학교 친구 H를 만났다.

우리는 학교에서, 서로의 교실에서, 등하교 길과 분식점, 노래방과 독서실에서, 그리고 내 방과 H네 집 옥탑방을 오가며 낄낄거리고 깔깔대고, 때로는 슬퍼하고 분노하며 중고등학교 6년을 함께 통과한 사이다.



세월이 삼십 년 가까이나 흘렀으니 교복을 입고 일 초에 한 번씩 웃던 그때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오래된 친구이기에 서로에 대해 꽤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아는 H는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말하는 것보다 듣는 걸 훨씬 더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늘 대화의 많은 시간 동안 내가 더 많이 말하고, 그녀는 들어주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KakaoTalk_20260416_140706984_11.jpg



그날도 그런 날이었다.

뭘로 만들었는지 한 입 한 입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알배추 치즈 요리를 먹고 있을 때, 그녀가 말했다.



"지혜 넌, 이야기를 정말 잘 들어줘. 그래서 자꾸 내 얘기를 하게 돼."

"진짜?"

"응 완전. 경청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있어. 그래서 그런가 너랑 대화하고 나면 상담받은 기분이야."

"어머..? 나한테 그런 면이 있나 봐? 지난주에 서현이 친구 엄마한테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거든."

"거봐. 사람들 느끼는 건 다 비슷한가 봐."



내 앞에 있는 상대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구나 자기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기에 경청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래서 내게는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상대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오롯이 집중하는 사람이 풍기는 아우라는 멋져 보였다. 깊이 있어 보이고 우아해 보였다.

난 그렇게 우아하고 깊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새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내가 동경하던 그 특별한 아우라를, 내가 좋아하는 이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

오늘의 감동 모먼트!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