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좀 허전한 것 같아.

by아름다움

서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아이 친구 엄마의 추천으로 도예 수업을 같이 듣기 시작했다.

지난 3월까지 다녔으니 햇수로 6년 가까이 된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사정이 달라졌다. 늘어난 수업 시간으로 인해 하교 후 곧장 버스를 타고 와도 도예 수업 시작 후 10분 정도가 지나서야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미리 선생님께 양해를 구해두긴 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마음이 쓰였던 것 같다.

게다가 4월에는 태어나 처음 치르는 중간고사와 수행 평가 일정까지 겹쳤다. 어떻게든 들어보려고 조정을 해 보았지만 수업 시간 맞추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3월 한 달은 무리를 해가며 참여했는데, 아무래도 어렵겠다고 판단을 했나 보다.


KakaoTalk_20260604_164205290_07.jpg아이들 작품



“엄마, 4월부터는 도자기 만드는 거 잠깐 쉬어야 할 것 같아.”

그렇게 좋아하던, 그래서 치앙마이에서 한 달 살기를 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5년 넘게 한 주도 안 쉬고 갔던 수업이었다. 시험공부를 위해 스스로 쉬겠다고 결정하다니,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괜히 내가 다 아쉬웠다.


침착하고 말수가 적은 서현이는 6년 가까이 매주 만난 도예 선생님과는 별 이야기를 다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나는 지인들에게 도예 수업을 추천할 때면 늘 선생님을 '참스승' 같다고 이야기해 왔는데, 서현이도 비슷하게 느꼈던 것 같다. 그렇게 정든 선생님께는 서현이는 잠시 쉬기로 했다고 말씀드리고, 둘째 수현이만 다시 등록을 했다.






학원에서, 독서실에서, 거실에서 묵묵히 성실하게 시험공부를 했던 서현이는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았다. 처음으로 본 정식 시험이라 꽤 긴장을 했었을 것이다. 시험이 끝나고 한숨 돌리며 여유를 만끽하던 5월의 어느 저녁이었다.


"엄마, 좀 허전한 것 같아."

제육볶음에 반숙 계란프라이를 올려 밥을 먹으며 말하는 서현이를 쳐다보았다.

"뭐가?"

"매주 도자기를 만들다가 한 달 넘게 쉬니까 그런가 봐. 기말고사 끝나고 7월부터는 다시 등록해 줘."



허전한 것 같다는 서현이의 말이 맴돌았다.

좀처럼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지 않는 아이라 더 깊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서현이는 지난 6년 동안 흙을 만지며 참 많은 시간을 지나왔다.

흙을 고르고, 반죽하고, 무엇을 만들지 고민도 해보고,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 흐트러지면 다시 살렸을 것이다. 힘이 너무 들어갔다 싶으면 조금 덜어내고, 다시 만지고 또 뭉쳤을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먹은 대로 모양이 나오지 않을 때면 짜증도 났을 것이다. 그렇게 만지고, 잡고, 만들고, 부수고, 망치고, 드디어 완성도 해보았을 것이다. 그렇게 공들인 작품이 기대보다 별로여서 실망한 날도 있었을 테다. 반대로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작품이 나와 기분 좋은 날도 많았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서현이와 내게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날이 있다. 특별 작품이 드디어 나왔던 날, 국보 1호처럼 조심조심 들고 오다가 그만 엘리베이터에서 손에 힘이 풀려 허무하게 떨어뜨린 세 점, 산산조각이 나 복구할 수도 없게 되어버린 작품들을 보며, 아이는 몇 십 분을 울었다.





그 시간들을 다 지나온 아이가 이제는 "허전하다"는 말을 하는 청소년이 되었다.

서현이의 6년을 함께한 도자기들.

소중하고, 귀하고, 참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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