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우연한 선택

by산너머 작은집

띠리링 휴대폰에서 알람 소리가 울렸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ㅇㅇ 군립 도서관에서 보내준 알람이었다. 내용인즉 3월 중순부터 8주간 에세이 글쓰기 수업이 있으니 원하는 사람은 참여하라는 내용이었다.


“뭐야 글쓰기라니? 나랑은 상관없는 수업이네” 하면서 그냥 휴대폰을 덮으려다 멈칫 손을 멈췄다.

“그래 한 번 어떤 수업인지 가볼까”


평소 독서를 좋아하고 글이라면 어떤 글이던지 읽는 것을 즐겨했지만 내가 직접 글을 쓴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글 쓰는 사람들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나도 한 번 그들의 세상에 들어가 볼까' 하고 망설이는 마음과 달리 손은 벌써 신청 완료를 누르고 있었다.


첫 수업이 있던 날은 봄비가 촉촉이 내렸다. 설렘과 두려움으로 강의실 문을 살짝 열었다. 교실 안에는 벌써 몇몇 사람이 앉아 있었고 강사님도 미리 오셔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막상 교실 안으로 들어서니 긴장감과 함께 글쓰기의 문외한인 내가 수업을 신청했다는 생각에 민망하였다.


눈으로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순간 그냥 나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내 나이 70인데 좀 못한들 무슨 대수랴 하는 뻔뻔함으로 나를 달랬다. 수업이 시작되어 각자 소개도 하고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이왕 시작했으니 열심히 잘 배워보자는 다짐을 하였다.


강사님께서 여러 가지 기초 글쓰기를 차근차근 알려주셨다. 첫 수업을 마칠 때쯤 아침마다 모닝 페이지를 쓰라고 권해 주셨다. “모닝 페이지라니, 그것도 어떻게 2-3페이지나 되는 글을 매일 쓸 수가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시키는 대로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바카라상에 앉아 생각나는 대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한 번 펜을 잡으면 멈추지 않고 글이 써지기 시작했다. 집중하여 써 내려가자 토해내듯 내 맘속에 있던 불편한 감정과 그리웠던 나의 어린 시절까지 마구마구 글이 되어 튀어나왔다. 그동안 내가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이렇게 많았나 하며 나 자신도 놀랐지만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뜻밖의 즐거움을 느꼈다.


강의가 중간쯤 이르렀을 때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늘 바카라을 읽었지만 그저 완전한 독자의 시선으로만 글을 읽었는데, 이제는 작가의 시선에서도 바카라을 읽게 되었다. 참으로 신선한 경험이었다. 글쓰기 수업을 듣기 전에는 작가는 타고난 재능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수업이 거듭될수록 글은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석공이 거친 돌을 쪼고 다듬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 듯 내가 쓴 글도 여러 번 다듬다 보면 좋은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기도 하였다.


아쉽게도 어느새 수업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우연찮게 만난 에세이 글쓰기 수업이 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꿔 놓았고, 또 다른 시선을 배웠다. 지금 인생의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글쓰기 덕분에 나의 노후는 즐거운 창작의 고통과 함께 풍요롭고 행복한 삶이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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