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이의 공격
아침에 눈을 뜨니 오른손이 퉁퉁 부어 있었다. 어제 옆집 강아지 장군이 한테 오른 손목을 물려 응급실에 다녀왔다. 진통제를 먹어서인지 통증도 없었고 잠도 잘 잤는데 손이 너무 부어서 깜짝 놀랐다.
장군이는 원래 순하고 소극적인 성격의 조용한 강아지인데 어느 날부턴가 갑자기 공격적인 강아지로 바뀌었다. 생후 1년 6개월이 된 진도 믹스 장군이는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옆집에 입양되었다. 장군이는 어릴 때부터 보호자 외에는 곁을 잘 주지도 않고 낯을 가렸다. 진도 믹스견 답지 않게 겁도 많고 잘 짖지도, 먹지도 않았다. 키우기가 쉽지 않았지만 보호자의 지극한 정성과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견생을 사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보호자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도시집으로 가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장군이를 다른 곳에 파양 시키기로 결정했고, 그 과정에서 장군이의 필사적인 탈출로 파양은 실패로 돌아갔다. 보호자는 하는 수 없이 장군이를 우리에게 부탁하고 주중에는 도시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돌아와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장군이를 살펴주고 애정을 듬뿍 주었다.
그러나 하염없이 보호자를 기다리던 장군이는 점점 살이 빠지면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보호자를 만나면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하지만 헤어질 시간이 되면 불안해서 전전긍긍하였다. 보호자가 도시로 떠나고 나면 풀이 죽어 앉아 있는 장군이가 너무 가여웠다. 나는 틈만 나면 장군이에게 다가가 간식도 주고 관심을 표하려 했지만, 장군이는 좀처럼 보호자 외엔 마음을 열지 않았다.
워낙 순한 아이라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내가 경계심을 풀고 돌봐주고 있었는데 간식을 주려던 내 손목을 갑자기 물어버린 것이다. 응급실에 갔더니 상처가 너무 깊어 이삼일 치료한 후에 다섯 바늘 정도 꿰매야 한다고 했다. 붕대로 칭칭 감고 항생제 주사를 맞은 후 집으로 돌아왔다. 장군이에게 물린 아픔 보다도 풀 죽은 모습으로 오도카니 앉아 있는 장군이의 모습에 마음이 더 아팠다.
장군이를 안정시키려는 보호자의 정성과 서로 돌봐주려는 이웃들의 노력이 통했는지 장군이는 차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이웃들과 잘 지내다 보면 보호자가 찾아와 준다는 믿음이 생긴 것인지 전과 다르게 밥도 먹기 시작했고 움직임이 조금씩 활발해졌다. 보호자의 얼굴에도 이웃들의 마음에도 안심의 빛이 스친다.
장군이가 입양될 무렵 우리도 진도 믹스 한 마리를 입양했다. 산골에서 살다 보니 든든한 반려견을 찾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가족회의를 여러 번 했다. 나이가 많은 우리 부부가 과연 바카라임지고 끝까지 잘 키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고 만약, 우리에게 사정이 생기면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점을 열 번 백번 생각해 보았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고, 가족 모두 전라도 익산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를 방문하였다. 넓은 보호소에 유기된 강아지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아서 우리 가족 모두 깜짝 놀랐다. 서로 자기들을 데려가 달라는 듯 애걸하며 우리가 움직이는 쪽을 향해 필사적으로 따라다니던 강아지들의 가슴 아픈 모습은 두고두고 잔영처럼 뇌리에 남아있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작고 귀여운 진도 믹스 아기 강아지를 입양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외동 손자는 자기 동생이 생겼다며 환희에 찬 얼굴로 강아지를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 잠든 강아지가 행여 깰세라 미동도 없이 긴 시간을 그렇게 앉아 있었고, 아기 강아지는 손자의 품에서 쌔근쌔근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손자는 자기가 형이니까 동생 이름을 지어주겠다며 제법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자기 태명인 수박이라는 이름을 따서 호박이라고 지어주었다. 어린 손자의 작명 덕분에 호박이는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완전한 우리 가족이 되었다.
입양을 결심한 후 우리 가족들은 바카라과 영상을 통해서 반려견에 대한 공부도 하고 강아지에 대하여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그토록 순했던 장군이가 공격적인 개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문제의 강아지는 강아지의 잘못이 아니라 바카라임을 다 하지 못한 사람들의 잘못이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 동네에는 여러 마리의 강아지가 있다. 그중 우리 호박이가 가장 행복한 견생을 살게 해 주는 것이 우리 가족의 목표다. 지금도 데크에 발라당 누워 장난감을 물며 놀고 있는 호박이의 모습이 편안해 보이고 너무나도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