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피아노가 오케스트라가 되는 순간
7월 18일 조크 렉처 살롱 음악회에서는 10월 카네기홀에서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어떤 귀로 들으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
"레~ 솔, #파 미 레. 솔, #파 미 레. 라, #파 시. “
오늘도 건반 앞에 앉아 모차르트를 만난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6번 D장조, K.284.
첫 음을 누르는 순간, 내 귀에는 피아노보다 먼저 오케스트라가 들린다.
"바이올린 소리가 떠오르네. “
그래서 첫마디를 좀처럼 지나가지 못한다.
"조금 더 밝게."
"조금 더 환하게."
"조금 더 미소를 머금은 소리는 안 될까. “
같은 네 마디를 몇 번이고 반복한다.
그러다 문득 혼자 웃는다.
'도대체 첫마디만 몇십 분째 치고 있는 거야.‘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차르트는 늘 첫 음에서 나를 붙잡는다.
악보에는 피아노를 위한 음표만 적혀 있는데, 내 귀에는 바이올린이 먼저 노래하고,
비올라가 조용히 화답하고, 첼로가 단단하게 바닥을 받쳐 준다.
피아노 한 대를 연주하고 있는데도, 머릿속에서는 작은 오케스트라가 천천히 무대를 채워 간다.
K.279에서 만난 모차르트가 세상을 향해 당당히 첫발을 내딛는 열아홉 살 청년이었다면,
K.284의 그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제 그는 피아노라는 악기 하나에 만족하지 않는다.
한 대의 피아노 안에서 현악기의 소리를 만들고, 목관악기의 대화를 그리고, 오케스트라 전체를 꿈꾸기 시작한다.
악보를 펼치자 첫 줄부터 무대의 막이 열린다.
조용히 인사를 건네는 모차르트를 예상했던 나는 첫 화음을 누르는 순간 조금 놀랐다.
생각보다 훨씬 넓었다.
피아노 한 대에서 시작했는데, 귀에는 이미 오케스트라가 서 있었다.
현악기들이 한꺼번에 활을 올리고, 지휘자는 첫 박을 향해 숨을 들이쉰다.
'이건 소나타인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왜 이렇게 오케스트라처럼 들리는 걸까.
그래서 첫마디를 또다시 반복했다.
더 크게 가 아니다.
더 밝게.
더 넓게.
그리고 무엇보다 ‘혼자가 아닌 소리'가 되어야 한다.
그때부터 연습은 조금씩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는데 자꾸 바이올린 소리를 찾게 된다.
왼손에서는 첼로의 호흡이 들리고, 오른손에서는 바이올린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어느 순간에는 목관악기가 끼어들어 한마디를 건네고, 또 어느 순간에는 현악기들의 미세한 활 끝까지 상상하게 된다.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모차르트는 피아노를 쓰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피아노 안에 오케스트라를 심고 있었던 것이다.
피아노 안에 오케스트라를 심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손가락보다 귀가 먼저 연주해야 한다.
얼마나 빠르게 치는가 보다, 지금 내 귀에 어떤 악기가 들리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가 첫 페이지를 좀처럼 넘기지 못하게 만든다.
문득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아홉 살 쯤이었을까.
처음 K.284를 배웠을 때의 일이다.
그때의 나는 음악의 구조도, 오케스트라라는 발상도 알지 못했다.
그저 두 번째 마디의 '라, #파, 시'를 스타카토로 튕겨 내는 순간이 너무 좋았다.
마치 발끝이 땅에서 살짝 떠오르는 것처럼.
가슴이 붕 떠오르고, 웃음이 절로 날 만큼 신이 났다.
그리고 네 번째 마디.
오른손이 힘차게 내려앉는 순간 느껴졌던 전율.
'피아노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
그 작은 몸으로 느꼈던 흥분은 지금도 선명하다.
그때는 왜 그렇게 설레는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저 모차르트가 좋았다.
그의 음악은 어린 내 마음을 한껏 뛰게 만들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같은 악보를 다시 펼치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내가 그토록 설레었던 것은 단순한 스타카토가 아니었다.
피아노 한 대에서 세상이 열리는 듯한 그 첫 울림.
모차르트는 이미 첫 페이지에서 한 아이의 마음까지도 무대로 초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10월 카네기홀에서 임윤찬 피아니스트가 이 작품을 어떻게 들려줄지 가장 기다려지는 이유도.
과연 그는 피아노 한 대를 연주할까.
아니면 모차르트가 오래전부터 꿈꾸고 있었던 작은 오케스트라를 우리 앞에 펼쳐 보일까.
그 실마리를 함께 찾아보기 위해 7월 18일, 조크 렉처 살롱 음악회를 준비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지식을 전하는 시간이 아니다.
카네기홀 공연을 조금 더 깊이 듣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음악을 '아는 것'을 넘어 함께 느껴 보고 싶은 사람들과 마주 앉는 시간이다.
사실 가장 들떠 있는 사람은 '나'인지도 모른다.(사실 맞다.)
모차르트를 연구하다 보면 늘 같은 일이 벌어진다.
분석하려고 악보를 펼쳤는데, 어느새 음악보다 사람이 먼저 다가온다.
한 음을 붙잡고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면, 처음에는 음표를 읽던 손끝이 어느 순간 모차르트라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다.
그의 음악은 참 신기하다.
잠시 스쳐 가는 슬픔도 끝내는 빛을 향해 걸어가게 만들고,
아련한 선율마저 다시 살아 보고 싶은 기쁨으로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카네기홀의 공연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될 스물두 살의 모차르트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기다림의 첫 페이지를, 7월 18일 여러분과 함께 펼쳐 보고 싶다.
? 〈조윤미 피아니스트의 귀〉
(멤버십 전용 프리미엄)
[연습실에서 발견한 한 가지]
이번에는 공연장이 아니라, 연습실에서 귀가 먼저 바뀌었습니다.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284를 다시 펼치며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첫 네 마디였습니다.
몇십 분 동안 같은 시작을 반복했습니다.
더 크게 가 아니라,
더 밝게.
더 넓게.
그리고 무엇보다 피아노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처럼 들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이상한 일입니다.
분명 건반은 하나인데, 귀에는 바이올린이 먼저 노래하고, 왼손에서는 첼로가 숨을 쉬며, 어느 순간에는 목관악기가 조용히 한마디를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습니다.
모차르트는 피아노를 위해 곡을 쓴 것이 아니라, 피아노 안에 오케스트라를 심어 두었던 것이 아닐까.
그래서 이 작품은 손가락보다 귀가 먼저 연주해야 합니다.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치는가 보다, 지금 내 귀에는 어떤 악기가 들리고 있는가.
그 질문 하나가 첫 페이지를 좀처럼 넘기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저 신이 나서 뛰어다니던 음악이었습니다.
두 번째 마디의 스타카토만 쳐도 가슴이 붕 떠오르던 그 설렘.
하지만 지금 다시 마주한 K.284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 주었습니다.
한 음은 바이올린이 되고, 한 화음은 오케스트라의 총주가 되며, 짧은 트릴 하나마저 현악기의 떨림처럼 살아났습니다.
같은 악보인데도 들리는 세상이 달라진 것입니다.
아마 카네기홀에서도 제가 가장 듣고 싶은 것은 화려한 패시지가 아닐 것입니다.
피아노 한 대가 언제 오케스트라가 되는지.
그 순간을, 저는 가장 기다리고 있습니다.
? 〈프라이빗 음악 살롱〉
여러분은 피아노를 들으면서 오케스트라를 상상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K.284를 다시 공부하면서 처음으로 그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피아노를 연습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현악기의 호흡을 듣고 있었고, 목관악기의 대화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연주는 손가락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귀가 먼저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여러분은 한 곡을 다시 만났을 때, 예전에는 들리지 않았던 새로운 소리를 발견한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피아노를 듣는데도 다른 악기의 음색이 떠올랐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함께 들려주세요.
7월 18일 조크 렉처 살롱 음악회에서는 K.284를 함께 따라가며, 왜 이 작품을 '피아노 안의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그리고 10월 카네기홀에서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어떤 귀로 들으면 좋을지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