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소리가 사람을 만나는 순간 (특집 편)

by조윤미

“휴, 드디어 끝났네.”


거의 한 달 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만여 명이 모이는 콘퍼런스의 무대에 슬롯자로 서게 되면서, 그 무대를 준비하는 데 온 시간을 쏟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영산아트홀과 장천아트홀을 비롯한 여러 연주 무대에서 피아노를 연주했고, 음악을 해설해 왔다.

크고 작은 무대에서 연주와 해설을 병행하며 마이크를 잡는 일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대구 엑스코 공연장.

만여 명이 넘는 관객이 모인 공간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무대였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피아노가 없었다.

내 앞에 놓인 것은 악보와 건반이 아니라, 마이크 한 대와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돌이켜보면 내 커리어에서 마이크는 조금씩 그 자리를 넓혀왔다.

처음에는 피아니스트에게 낯선 물건이었다.

클래식 음악을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쉽게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서 말을 시작했다.

그러다 음악을 설명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고, KBS 라디오에서 음악을 이야기했고, 이제는 유튜브에서 매주 라이브로 사람들과 음악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만여 명이 모인 라이브 무대에서 사람과 무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모두 같은 길이었다.

피아니스트는 음 하나의 길이와 무게를 듣고, 해설자는 음악 안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듣는다.

방송을 하면서는 사람의 표정과 호흡을 듣게 되었고, 슬롯자가 되어서는 무대 전체의 흐름을 듣게 되었다.

역할은 달랐지만, 내가 계속 배우고 있었던 것은 어쩌면 하나였다.

소리를 듣고, 그것을 사람에게 건네는 일.


소리를 듣고, 그것을 사람에게 건네는 일.


그런데 이번에는 그 소리를 건네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서는 나 자신이었다.

생방송 무대였기에 목소리와 진행만 준비할 수는 없었다.

무대와 어울리는 드레스를 고르고, 헤어와 메이크업을 고민하고, 한동안 미뤄두었던 체중 관리도 다시 시작했다.

어떤 드레스를 입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도 생각보다 음악과 닮아 있었다.

무대에서 너무 앞서 나오는 소리는 음악 전체를 덮어버릴 수 있고, 반대로 존재감이 너무 약한 소리는 아무리 좋은 음이라도 객석에 닿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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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로 말하고 말로 연주하는 사람. 피아니스트이자 클래식 해설자. KBS 라디오 방송 진행을 거쳐 현재 유튜브 <조윤미의 크레센도> 에서 소리와 감정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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