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나는 글을 읽거나 글을 쓰려고 애쓴다.
그런데 쉽지 않다. 결국 졸거나 아예 잔다. ㅎㅎㅎ
그런데 둘러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문득 대학원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하셨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수십 명이 같은 칸에 타고 있지만 같은 공간에 있는 게 맞나?
서로의 존재는 거의 지워져 있다.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손바닥만 한 화면 속으로 들어가 있다. 누군가는 뉴스를 보고, 누군가는 릴스를 넘기고, 누군가는 웹툰을 하고, 누군가를 쇼핑을 하고, 누군가는 댓글을 단다. 한 칸 안에 있지만, 모두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각자의 알고리즘이 보여 주는 각자의 세계에.
알고리즘은 참 친절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보여주고,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들려주고, 내가 분노할 일들을 정확하게 골라서 가져온다. 몇 번만 관심을 보이면 그다음부터는 알아서 비슷한 것들을 끝없이 추천한다.
내 세상은 점점 편안해진다.
그리고 점점 좁아진다.
우리는 흔히 갈등이 심한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빨간색과 파란색이 부딪힌다.
남자와 여자가 부딪힌다.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부딪힌다.
수도권과 지방이 부딪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부딪히고, 부모와 교사가 부딪힌다.
마치 슬롯 전체가 거대한 대립 구도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정말 갈등이 많아진 것일까.
아니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아주 가끔 만날 때마다 충돌이 폭발하는 것은 아닐까.
모든 사람들의 의견이 같았던 적은 없었다. 예전에도 의견은 달랐다.
동네 골목에서도,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시장에서도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매일 만났다. 싫어도 함께 밥을 먹어야 했고, 함께 일해야 했고, 함께 살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상대를 설득하기도 했고, 포기하기도 했고, 타협하기도 했다. 싸우다가 친해졌다. 무엇보다 상대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의견이 다르면 차단한다.
불편하면 언팔로우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추천되지 않는다.
알고리즘은 나를 보호하지만, 동시에 나를 고립시킨다.
좋아하는 문장이 있다.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권리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
실제로 누가 처음 했는지는 논란이 있지만, 오래도록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문장으로 인용되어 왔다.
이 문장이 감동적인 이유는 의견이 같아서가 아니다.
사람이 의견보다 먼저이기 때문이 아닐까.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떤가.
상대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 자체를 지워 버린다.
대화의 상대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만든다.
그러니 토론은 사라지고 심판만 남는다.
설득은 사라지고 낙인만 남는다.
공존은 사라지고 승패만 남는다.
흥미로운 것은, 이렇게 단절된 시대인데 오히려 소통을 더 많이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기업도, 학교도, 정치도 소통을 말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누구와 소통하고 있을까.
나와 비슷한 사람들.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나에 동의하는 사람들.
나와 같은 영상을 보는 사람들.
나와 같은 기사에 분노하는 사람들.
그것은 소통이라기보다 확인에 가깝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아.'
'다들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우리는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세계를 계속 증명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알고리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덕분에 필요한 정보를 빨리 찾는다. 좋은 음악을 만나고, 좋은 바카라을 만나고, 관심 있는 분야를 깊이 공부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알고리즘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내 세계의 경계가 되는 순간이다.
내가 경험하는 세계가 세상의 전부라고 믿는 순간이다.
그 순간부터 다른 사람은 틀린 사람이 된다.
이해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교정해야 할 사람이 된다.
공동체란 무엇일까.
생각이 같은 사람들의 모임일까.
아닐 수도 있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그래서 공동체는 언제나 불편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느리고 답답하다.
회의는 길고, 의견은 엇갈린다.
하지만 바로 그 과정에서 우리는 사람을 배운다.
내 생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배우고,
세상은 하나의 정답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배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와 다른 사람도 충분히 선한 의도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모두 조용히 화면을 보고 있다.
각자의 알고리즘에 빠져 있다.
어쩌면 저마다 다른 세상으로 출근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나도 그렇다.
잠시나마 화면을 잠시 내려놓고, 사람들을 둘러본다.
우리 모두 각자의 세계가 있지만 가끔 고개를 들어 다른 사람을 바라볼 수 있기를.
손절이 쉬운 시대지만 '다름'과 연결된 끈을 놓지 않기를.
내 생각과 달라도 불편함을 견디며 진실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그렇게 먼저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나는 얼마나 자주 내 생각과 내 기준의 상대성을 인정하는가.
나는 얼마나 자주 나와 다른 의견을 끝까지 읽어 보는가.
나는 얼마나 자주 불편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려 하는가.
표지 이미지> gemini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