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카지노의 다른 글들을 읽고 있었다. 우연히 보게 된 글이다.
어떤 글을 읽는데 ‘와,,,’ 장면 묘사만으로도 그 작가님이 당시에 어떤 상황에 처해 어떤 마음이었는지 너무 알 것 같은 거다. 그 마음을 설명하는 구구절절 설명체가 아니고 오직 장면 묘사로 상상을 불러내고 마음까지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상황 자체도 무척이나 극적이긴 했다.
또 어떤 글을 읽는데 정말 추상적인 개념어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번엔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카메라로 무심하게 주인공의 일상을 비추어 보여주었다. 장면 묘사와 대화체 그대로 보여주어서 드라마 보듯 글을 읽었다. 당연히 머릿 속에는 그 장면을 그리고 있다. 대화하는 사람들 옆에 내가 앉아 있는 것 같다. 짧은 글을 읽으며 벌써 주인공인 작가님께 몰입이 된 것이다.
그리고 나서 글을 쓰려고 온라인카지노를 열고 ‘저장된 글’을 클릭한다. 많은 글들이 담겨 있다. 스크롤을 내리며 아무리 봐도 더 이어서 쓰고 싶은 글이 없다. 내가 쓴 글은,,, 하 참. 답이 없다.
갑자기 나의 모든 글이 오징어로 보인다. 언제부터 내 글이 다 오징어였던 거지? ㅋ
풀메를 한 아이돌, 카리나나 장원영 옆에 엄마뻘의 아줌마가 생얼로 길에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면 이런 느낌이겠지? ㅋㅋㅋ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좋은 글을 읽고 내 글이 갑자기 오징어로 보인다는 건
어쩌면 내가 아주 조금은 달라졌다는 뜻일지도 모르니까.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것들이 이제는 눈에 들어온다.
'아, 이 작가님은 장면으로 보여주는구나.'
'아, 이 대사는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구나.'
'아, 이런 게 글의 힘이구나.'
그러고 나니 글을 읽는 재미가 하나 더 생겼다.
이전에는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했다면
요즘은 작가님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었는지도 슬쩍슬쩍 보게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이 집은 간을 어떻게 했지?”
궁금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문제는 집에 돌아와서 내가 직접 요리를 해보면 생긴다.
소금이 아니라 소금을 한 봉지 넣은 것 같은 맛. 너무 짜다.
설탕을 넣어야 하는데 소금을 넣었구나. 너무 달다.
그래도 한 번 맛을 알아버리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한 번 좋은 맛을 알아버렸으니 조금씩 따라 해보게 된다.
글도 그런 것 같다.
좋은 글을 읽기 전에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쓰고 있는지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는 한 문장을 쓰고도 한 번 더 들여다본다.
이 말을 꼭 해야 하나?
이 장면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다 문장을 하나 지워 본다.
오. 지웠는데 더 좋아 보인다.
글쓰기란 어쩌면 쓰는 일보다 지우는 일이 많아지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집에 있는 물건도 그렇다. 정리한다고 다 꺼내놓고 보면
“이건 언젠가 필요할 것 같고…”
“이건 선물 준 사람 생각하니 버리면 안 될 것 같고…”
그러다가 결국 정리하기 전보다 더 어질러진 방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말 필요한 것 하나를 남기고 나머지를 내려놓는다.
글도 비슷하지 않을까.
처음에는 하고 싶은 말을 다 꺼내놓는다.
생각도 꺼내고,
감정도 꺼내고,
깨달음도 꺼내고,
혹시 독자가 놓칠까 봐 설명도 꺼내놓는다.
그러다 조금씩 덜어낸다.
이건 없어도 되겠네.
이것도 없어도 되겠네.
어?
이것까지 없애도 되네.
그렇게 하나씩 덜어내다 보면 마침내 남는 것이 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
아마 잘 쓰는 시간이라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문장들이 어딘가에서 조금씩 쌓이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한 문장을 쓰고,
내일은 한 문장을 지우고,
모레는 좋은 글을 읽으며 감탄하고,
그다음 날에는 “나도 한번 해볼까?” 하며 따라 해보고,
또 그다음 날에는 생각대로 안 돼서 그냥 밥이나 먹고. ㅋㅋㅋㅋㅋ
그런 날들이 모여서 어느 날 조금 다른 문장이 나오는 게 아닐까.
그러니까 지금 당장 멋진 글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겠다.
나무도 씨앗을 심었다고 다음 날 그늘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빵도 반죽을 했다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김치도 담갔다고 그 자리에서 익은 맛이 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그렇겠지.
무언가를 배우고 익히는 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우리는 그 시간을 자꾸 건너뛰고 싶어 한다.
연습은 생략하고 싶고,
시행착오는 줄이고 싶고,
중간 과정은 건너뛰고
완성된 나를 만나고 싶어한다.
나도 그렇다.
글을 쓰면서도
오늘 쓴 글이 마음에 들면 좋겠고,
내일은 조금 더 좋아지고 싶고,
다음 달에는 제법 괜찮아지고 싶다.
반 고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위대한 일은 작은 일들이 모여 이루어진다.”
글도 그렇다.
오늘 쓴 한 문장이 당장은 별것 아닌 것처럼 보여도,
그 문장을 쓰고 또 쓰고,
읽고, 고치고, 지우고,
다시 쓰는 시간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 조금 다른 문장이 나올 수 있다.
그러니까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오징어 같은 문장들도
어쩌면 작은 것 하나일 수 있겠다.
오늘의 오징어가 내일 갑자기 카리나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카리나가 될 가능성은
오징어일 때 한 줄이라도 써놓은 사람에게 있는 것 아닌가.
뭐, 일단은 그렇다고 믿어보기로 한다.
잘하는 시간이 오기 전에
못하는 시간이 있는 것처럼,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전에
몇 번쯤 이상한 요리를 먹어야 하는 것처럼,
좋은 글을 쓰기 전에
오징어 같은 글도 많이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은
오징어인 채로 그냥 쓰자.
한 줄 쓰고,
또 한 줄 쓰고,
마음에 들면 남겨두고,
마음에 안 들면 내일 다시 보고.
그러다 어느 날
조금 덜 오징어 같은 글을 만나면
그때는 조용히 웃으면 되겠다.
오늘의 오징어도 어딘가에서는 열심히 일하고 있었던 거다.
그러니 당분간은 나의 오징어에게 시간을 주기로 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한 줄 쓴다.
오징어답게.
"해봤다. 실패했다. 괜찮다. 다시 해본다. 다시 실패한다. 더 나은 실패를 한다." (사무엘 베케트)
"써봤다. 오징어였다. 괜찮다. 다시 쓴다. 또 오징어다. 조금 덜 오징어다."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땀으로 이루어진다.” (에디슨)
"글쓰기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오징어로 이루어진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니체)
"나를 오징어로 만드는 글은 나를 강하게 만든다."
표지 이미지> 제미나이 생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