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텃밭 16
비가 오기 며칠 전, 서둘러 텃밭을 정리했다. 가지 두 그루와 들깨 두 포기, 토란 세 포기만 남기고 배추 모종 반 판을 심었다. 무 씨는 그보다 앞서 뿌려두었고 빈자리에는 상추 몇 포기도 앉혔다. 줄이고 정리했는데도 밭은 여전히 무언가로 가득하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다음 날부터 늦장마처럼 비가 며칠째 주룩주룩 내렸다. 배추가 물을 충분히 마신 것은 다행이지만, 너무 젖은 흙에서 뿌리가 상하지는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작년 늦장마로 배추에 무름병이 생겨 약을 치느라 분주했던 기억이 있다. 원치 않는 약처방을 병을 얻고 난 뒤에 하는 씁쓸함이라니. 텃밭만큼은 그런 일 없이 자연스럽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건 욕심일까.
오늘은 모처럼 하늘이 맑다. 그러나 사흘째 입원해 있는 손자 곁을 지키느라 텃밭에는 가보지 못한다. 내일 퇴원하면 마음부터 밭으로 달려가겠지만, 흙의 물기가 조금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겠다. 보이지 않는 동안에도 어린 뿌리들이 흙을 단단히 붙잡고 있기를 바란다.
병들기 전에 예방을 해줘야지. 영양제를 좀 넣어줘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이래서 김장배추는 안 심고 그냥 넘어가고 싶었는데 왜 이런 용기는 순간적으로 튀어 오르는지. 결국 이사하기 전에 김장부터 해야 할 것 같다.
메모 한 줄
긴 비가 그친 뒤에는 곧바로 추비 하지 않는다. 밭의 물이 빠지고 흙 표면이 어느 정도 마른 다음, 쓰러진 모종은 흙을 가볍게 북돋아 세워준다. 물러지거나 병든 잎은 바로 떼어내고, 추비는 뿌리에 닿지 않도록 포기 사이에 조금씩 주는 것이 좋다. 배추 무름병을 막는 데는 무엇보다 물 빠짐과 통풍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