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부지러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만큼,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처음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꽤 오랫동안 반대로 살았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교에 가려고 했고,
남들이 좋은 온라인 게임이라고 말하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다.

그곳에 들어간 뒤에는 또 그 안에서 인정받기 위해 애썼다.

열심히 살지 않았던 적은 별로 없다. 문제는 그렇게 열심히 달리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디로 가고 싶은 걸까.

어릴 때는 공부를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학교에 가고, 좋은 대학에 들어가 좋은 회사에 취직하면 인생이라는 긴 시험에서 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과학고를 준비했다. 민사고를 준비했고, 결국 외고에 갔다.

외고에서는 이과를 선택했다. 치과의사가 되고 싶어서 치대를 준비했지만 재수를 했고, 결국 공대에 갔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세 곳에서 인턴을 했다. 플랜트 회사도 가보고, 상사도 가보고, 정유사도 가봤다. 그리고 그중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던 대기업 정유사에 입사했다.

여기까지 오면 적어도 한동안은 고민하지 않아도 될 줄 알았다.


틀렸다.


회사에 들어간 지 2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졌다.

그런데 그만두지도 못했다.

대신 지방에서 본사로 올라왔고, 엔지니어와는 전혀 다른 일을 하기 시작했다. 대외협력을 했고, 슬롯적 기업과 사업개발 업무를 했고, 자회사를 관리했다. 그러다 사람과 조직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렇게 원하던 HR 업무를 하게 됐다.

기업문화를 고민했고 인사제도를 만들었다. 그룹사로 옮겨 HRD를 했고, 비즈니스 모델을 공부하다 스타트업이라는 세계를 만났다.


그리고 10년 동안 다닌 회사를 떠나기 위해 130개 회사에 지원했다.

스무 곳 정도에서 면접을 봤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결국 이직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이직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바로 그 무렵, 한 스타트업의 면접을 보러 갔다.

그리고 얼마 뒤 대기업 과장에서 스타트업의 C레벨이 되어 있었다.


문장으로 써놓으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이어진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정반대였다. 수없이 길을 잘못 들었다.

원했던 학교에 가지 못했고, 원했던 대학에 가지 못했다. 들어가고 싶었던 회사에 들어가고도 나가고 싶어 했다. 하고 싶은 일을 몰라 여러 직무를 떠돌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은 뒤에는 또 다른 일을 찾아 회사를 떠났다.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회사에서는 일을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보고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일을 어떻게 구조화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게 해내는 일을 왜 이렇게 어렵게 하는지 스스로가 답답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거창한 사건 하나 때문은 아니었다.

어떤 사람을 만났고, 어떤 모임에 나갔고, 매주 작은 목표를 적었다. 잘하는 사람을 관찰하고 따라 했다.

조금씩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하나씩 선택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과 원하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인생이 조금씩 달라졌다.

오랫동안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예전에 생각한 자유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만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하고, 그것을 선택할 실력이 있어야 한다. 선택한 것의 결과도 감당해야 한다.

때로는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아주 많이 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다시 방향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힘이 조금씩 쌓이면서 사람에게 선택권이 생긴다.


이 바카라은 누군가의 성공한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이제는 누군가 인생의 다음 목적지를 정해주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렇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시작에는 한 번의 사고가 있었다.


회사에 들어간 지 2년쯤 되었을 때였다.

지방 사업장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던 어느 날, 스쿠터를 몰고 퇴근길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 내 앞에 택시가 불법 유턴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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